"대구 마, 바까 보겠다"…尹, '깨알 지식'에 홍준표도 웃었다
"대구를 마 한번 바까 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 열여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지역발전 방안을 소개했다.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라는 주제처럼 주요 내용은 대구 현안에 집중됐다. 영남권 중심도시로서 위상이 상당 부분 퇴색한 대구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윤 대통령은 대구·경북(TK) 사투리까지 구사했다.
앞선 열다섯 번의 민생토론회와는 달랐다. 윤 대통령은 올해 정부 업무보고를 부처 공무원은 물론 기업인, 국민 등 각종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고 있는데 첫 회부터 열 번째까지는 수도권에서 개최했고 열한 번째인 지난달 13일부터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역에서 열린다고 해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기준 개편처럼 전국 단위로 영향받는 정책들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대구에서는 지역의 숙원사업 위주로 현안이 다뤄졌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광역급행철도 건설, 팔공산 관통 민자 고속도로 개통, 대구 도심의 군부대 이전, 대구 달성군 국가 로봇테스트필드 사업에 2000억원 투입, 수성알파시티를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로 조성, 동성로 일대 관광특구 지정 등이다.
지역 밀착 사업들인 만큼 현지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지역 광폭 행보를 놓고 야권 등의 비판은 더 커질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다니며 선심성 정책을 약속한다는 식의 공격이다.
하지만 민생토론회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총선이 끝나도 연중 열릴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이 원하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정책이라면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민생토론회마다 어떤 방안을 발표하는지 등은 지역적 특성, 주제와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총선용이라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울산과 충남 서산에서 각각 발표한 대규모의 전국적인 그린벨트와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계획은 지역발전 기대감을 키웠고 경남 창원에서 발표한 원전산업 지원 정책 또한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상승(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생토론회 때마다 드러나는 지역에 대한 윤 대통령의 '깨알 지식'도 눈에 띈다. 울산 민생토론회에서는 KTX역에서 도심까지 유달리 거리가 먼 점을 지적하면서 과거 울산을 방문했을 때 매번 내던 택시요금까지 거론했다. 이날 대구에서는 물 문제를 다루다가 동네별로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다르다는 점을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구 근무 시절에) 관사는 수성구에 있는데 아침에 샤워하면 그 청도 운문댐 물이 오기 때문에 시원하고 아주 좋다"며 "그런데 서부청(대구지검 서부지청)에 근무하는 친구들 관사에 가서 세수를 해보면 물이 미지근하다. 댐 물하고 강물하고 (차이를) 잘 알고 있다. 겪어봤기 때문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 말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웃었다. 윤 대통령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첫 검사생활을 했고 이후에도 2009년, 2014년 등 수차례 대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지역을 직접 다니기 좋아하는 배경에는 지역을 잘 안다는 점도 작용한다. 직업 정치인으로 여의도에 머물러 온 게 아니라 검사 시절 전국 각지에서 살면서 근무한 까닭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지역발전 전략에서 무엇보다 '문화'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은 이날도 재차 지역 문화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도심 공동화와 상권이 발달하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큰 원인은 문화가 없어서 그렇다"며 "대구시에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하는 것이, 아마 르네상스라는 것이 동성로에 젊고 활기찬 문화를 도입해서 동성로의 상권을 키우겠다는 그런 뜻으로 생각하고 정부도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서 울산과 경남 창원 등에서도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역발전의 선결 조건으로 '사람'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가 지역에서 제대로 배우고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고 살 수 있어야 그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사람을 붙잡으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인 '문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즉 산업정책과 문화인프라 구축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김신영에 돌연 하차 통보한 '전국노래자랑'…"새 MC는 남희석" - 머니투데이
- 김호중 건강상태 심각…"못 걸을 수도, 당장 수술해야"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혼인신고 했지만, 결혼 아냐"…두 남자 놓고 고민하는 55세 여성 - 머니투데이
- 박명수, 월 수익 최고 '7억' 찍었다…"유재석보다 많이 벌 때도" - 머니투데이
- "돈 내놔라" 유산 문제에 친동생 집 문 부순 60대…집유 1년 - 머니투데이
- '17%' 尹 지지율, 기자회견 반영 시 추가하락?…반전 만들려면 - 머니투데이
- 껴안고 죽은 폼페이 일가족 화석?…2000년만에 밝혀진 진실 - 머니투데이
- 서동주, 경매로 산 집 알고보니…"7~8년 후 재개발" 겹경사 - 머니투데이
- 배우 사강, 남편과 사별 1년…두 딸 키우는 워킹맘 일상 공개 - 머니투데이
- "외벌이 띠동갑 남편, 딴여자 생겨"…6년간 '월말 부부', 아내의 고민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