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예약탐방제 고삐 풀린 ‘서울 마지막 허파’···외래종 침투 유입 우려
북한산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우이령길의 평일 탐방예약제가 4일부로 폐지됐다. 환경단체들은 탐방예약제가 후퇴되면서 무분별한 탐방이 이뤄지고, 특별보호구역 내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악영향이 나타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의 권고에 따라 이날부터 평일에는 예약 없이 북한산 우이령길을 탐방할 수 있도록 평일 예약제를 폐지했다. 다만 방문객이 많은 주말과 단풍철 성수기인 가을철(9~11월)에는 예약제를 유지한다. 기존에는 평일, 주말 상관없이 하루 1190명만 예약이 가능했다.
우이령길은 서울 강북구와 경기 양주시 사이 북한산국립공원 중앙부를 관통하는 생태축이자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는 중 유일하게 예약탐방제를 시행하는 곳이다. 1968년 1월 북한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향해 침투했던 경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군사시설 등으로 출입통제구역이었는데 2009년 개방됐다.
이번 평일 탐방예약제 폐지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주말, 공휴일, 단풍철 성수기에 예약탐방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사전예약제가 명백히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이령길 주중 전면개방은 생물다양성협약 등 국제적 흐름에도 맞지 않으며, 국립공원 탐방예약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이령사람들은 이어 “우이령은 특별보호구역이며 북한산국립공원의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길로, 북한산 둘레길이나 도봉산 둘레길로 만들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국립공원공단은 결론도 나지 않은 3차례의 민관협의회(공단, 경기 양주시, 서울시 강북구, 환경단체 등 참여) 회의 이후 ‘평일 전면개방, 주말 공휴일 예약제 운영’이라는 성급한 결정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공단이 국무조정실의 규제 완화 압력에 굴복하면서 설익은 조치를 내놨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우이령길이 서울·경기 북부 내 생태적 중요성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내 국립공원 중 가장 훼손이 심한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는 가장 상태가 양호한 곳으로, 서울과 경기 북부의 ‘마지막 허파’로 불리기도 한다. 멸종위기 포유류 삵이 서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전문가들의 정밀 모니터링에서는 현재의 탐방객 수만으로도 우이령길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종 식물들이 유입되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말 국립공원공단이 펴낸 ‘북한산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특화모니터링’ 보고서와 ‘북한산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모니터링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이령길에서 확인된 외래식물은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환삼덩굴 등 28종에 달했다. 탐방객이 먹고 버린 씨앗이 발아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다래(키위)도 확인됐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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