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1000%" 당당한 꼴찌 앤서니 김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4. 3.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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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LIV 대회서 16오버파
우승자와 33타 차 최하위
12년 만의 복귀, 공백기 실감
드라이버샷 294야드는 희망적
"앞으로 다가올 일에 신난다"
지난 3일 열린 LIV 골프 3라운드에서 티샷을 시도하는 앤서니 김. LIV 골프

"분명히 힘든 한 주였습니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치르고 나니까 힘이 나더군요.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하니 신납니다."

12년 만에 나선 프로골프 무대를 완주한 앤서니 김(미국)이 고무된 표정으로 전한 복귀전 소감이다. 지난 3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LIV 골프 제다를 통해 4320일 만에 복귀한 그의 성적은 저조했다. 3라운드 합계 16오버파 226타. 이 대회에서 우승한 호아킨 니만(칠레·17언더파 163타)과 무려 33타 차 최하위(53위)였다. 그래도 밝은 표정의 앤서니 김은 희망을 이야기했고 다음 무대를 기약했다.

LIV 골프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앤서니 김은 이번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동안 타이거 우즈(미국)를 위협하는 골퍼로 주목받다 2012년 이후 돌연 자취를 감췄던 앤서니 김의 LIV 골프행은 골프계의 흥미를 끌어모았다. LIV 골프에서 활약 중인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앤서니 김을 '네스호 괴물'에 빗대며 "모든 걸 가진 앤서니가 어떻게 플레이할지 궁금하다"며 설레어 했다. 앤서니 김의 복귀전 첫날 LIV 골프 온라인 스트리밍 중계는 약 200만명이 시청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야속한 세월의 탓일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앤서니 김의 플레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3승을 거뒀던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첫날과 둘째 날 6오버파, 셋째 날 4오버파를 적어낸 그는 52위 허드슨 스와퍼드(미국)에게도 11타 뒤졌다. 사흘간 버디는 단 4개에 불과했다.

대회 전 "내 장점은 아이언"이라고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의 그린적중률은 48%(26/54)로 저조했다. 스크램블링(그린을 놓쳤을 때 파 이상을 적어내는 것) 43%(12/28), 페어웨이 안착률 38%(16/42) 등 대부분 샷 지표가 나빴다.

그래도 희망적인 요소가 있었다. 앤서니 김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294야드를 기록했다. 평균 300야드 장타자가 수십 명으로 늘어난 시대에 프로골프 무대에 다시 뛰어들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또 공백기를 실감했던 1·2라운드와 달리 3라운드에선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앤서니 김 스스로도 "처음 이틀보다 셋째 날에 더 편안함을 느꼈다. 몇 가지만 좀 더 좋았다면 언더파 라운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장기간 공백기를 겪었던 다른 골퍼들도 이전 기량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2017년 군 전역 후 PGA 투어에 복귀했던 배상문은 복귀 후 60대 타수를 기록하기까지 11라운드나 걸렸다.

최근에는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3차례 거뒀던 윌 잴러토리스(미국)가 허리 수술을 받고 지난해 12월 히어로 월드 챌린지를 통해 7개월 만에 복귀했다. 그러나 무뎠던 경기 감각 탓에 첫날 9오버파 81타에 그쳤고 최하위(11오버파 227타)로 마쳤다. 소니오픈 컷 탈락 등 부침을 한동안 겪던 잴러토리스는 지난달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2위로 감각을 겨우 되찾았다.

앤서니 김 스스로도 복귀전을 치르고서 많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는 "많은 것을 잘해왔다. 스코어가 이 노력을 반영하지 못해 실망스럽다. 그만큼 내가 쌓아야 할 것이 많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성적은 아쉬웠지만 앤서니 김은 12년 만에 돌아온 프로골프 무대가 무척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는 "저조한 스코어와 달리 자신감을 얻었느냐"는 질문에 "1000%"라면서 "매우 힘이 난다"고 답했다. 그는 "내 경기에서 가장 좋았던 건 내가 (프로 대회에서) 샷을 하는 것이었다. 내 특유의 골프 스윙과는 상관없이 샷, 퍼팅 등 모든 것을 잘하고 있다"면서 "예전에 했던 것을 하고 있다. 멋진 한 해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LIV 골프 제다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앤서니 김은 8일부터 사흘간 홍콩 북부 셩수이의 홍콩 골프클럽에서 열릴 LIV 골프 홍콩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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