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노인이 살기 좋은 주택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4. 3.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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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취재차 일본의 시골 마을을 방문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현재 공공이 공급한 노인 전용주택은 총 3만가구 정도로 전체 고령 가구의 0.6%에 불과하다.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 등에 비해 노인은 상대적으로 주거복지에서 소외돼온 셈이다.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노인 전용주택 공급을 서둘러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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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취재차 일본의 시골 마을을 방문했다. 차량 밖으로 띄엄띄엄 늘어선 주택 입구에 붉은 천을 장대에 달아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한두 집도 아니고 집집이 보이길래 여행 가이드에게 '왜 달아놓은 거냐'고 물었다. 하루 두 번 지나가는 버스 기사들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라는 것이다. 노인이 오전에 천을 달고 오후에 떼는데, 천이 보이지 않으면 기사가 지자체에 연락하는 구조였다.

시내 대형 할인점에서는 일주일에 한 차례 승합차를 운행했다. 혼자 장을 보기 힘든 노인들을 위해 지자체 직원이 노인들을 태워 장보기를 도와줬다. 시내에 나온 김에 세탁소나 대중목욕탕을 같이 이용하기도 했다. 차라리 '노인 주택을 시내에 지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독거노인들이 오래 거주해온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도 곧 65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현재 공공이 공급한 노인 전용주택은 총 3만가구 정도로 전체 고령 가구의 0.6%에 불과하다.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 등에 비해 노인은 상대적으로 주거복지에서 소외돼온 셈이다.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9.3%로 OECD 국가 중 에스토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고령층 10명 중 4명은 중위소득 50% 이하라는 뜻이다.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노인 전용주택 공급을 서둘러도 늦다. 때마침 서울시가 노년층도 입주할 수 있는 원룸형 공유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주변 임대료 시세의 50~70% 수준에 청년이나 중장년·노년층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노인의 고독사를 막고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은둔형 청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입주 조건을 '무주택자'로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작은 집이라도 월세를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노인 중에서도 서민층이 많다.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실버주택'보다 청년들과도 어울리는 공유주택의 성공을 기대해본다.

[서찬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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