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재명' 노렸나...임종석, 하룻밤새 '탈당' 접은 이유는
공천 배제에 대한 반발로 더불어민주당 탈당 가능성이 제기됐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당 잔류를 택했다. 4·10 총선 국면에서 제3지대 신당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이 대표를 대신할 이른바 '포스트 이재명'이 부재한 가운데 '친문계'(친문재인계)를 대표하는 임 전 실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을 탈당했거나 탈당을 시사했던 홍영표 의원 등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 인사들은 임 전 실장의 잔류에도 일단 제 갈 길을 가는 분위기다. 이른바 '민주연대'(가칭)란 결사체를 조직한 뒤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가능성에도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임 전 실장의 이탈에 따른 일부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임 전 실장이 향후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탈당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당에 잔류하겠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탈당과 잔류를 두고 전날 밤까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가 확정되자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밝히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바 있다. 같은 날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탈당 및 제3지대로의 합류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미래에 민주당 탈당을 약속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석현 새로운미래 고문은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어제 저녁 7시에 이낙연 대표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한테 전화했을 때도 탈당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밤사이에 입장이 바뀐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의 역할을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도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친문 세력의 구심점으로 부상한 만큼, 당내 입지를 다지며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릴 것이란 얘기이다. 특히 총선에서 민주당이 저조한 성적표를 거두거나, 임 전 실장이 공천 배제된 서울 중·성동갑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패배하는 경우 친문으로의 체제 전환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명계 주축인 설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민주당을 바로잡을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설 의원은 경선에 반영되는 현역의원 하위 10% 통보받은 뒤 민주당을 탈당, 새로운미래와의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는 경우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며 "임 전 실장이 책임이 분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총선에서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민주연대를 추진 중인 인사들은 이날 임 전 실장의 잔류 소식에도 새로운미래와의 연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연대 구성에 대해 "오늘 내일 사이에 아마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며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어서 그 조건 속에서도 힘을 다 합할 수 있는 이런 것을 저희가 모색하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미래와도 당연히 저는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설 의원도 "민주당 밖에서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 다 뭉쳐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당을 새롭게 건설해내는 작업이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민주연대 구성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마음들이 굉장히 심란해서 조금만 자극해도 번복하고 번복하는 상황이 됐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의 당 잔류 결정을 추켜세우며 단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임 전 실장이)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주신 것에 매우 고맙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갈 수 있도록 당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이후 취재진에 임 전 실장의 결단에 대해 긍정적인 지도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이 당의 결정을 수용한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이 있었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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