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민주당 ‘잔류 선언’···홍영표, 오늘 문재인 예방

심진용 기자 2024. 3. 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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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4일 밝혔다. 공천 파동에 속을 앓던 민주당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임 전 실장 합류를 기대하던 새로운미래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 외 입장 발표는 없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해왔다. 컷오프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요구가 묵살됐다며 지난 2일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 날 임 전 실장이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 전 실장이 민주당 탈당 후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임 전 실장의 컷오프 수용 입장은 민주당 잔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후 SNS 배경에 “4월10일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을 올렸다.

임 전 실장의 이같은 선택에 대해당에 남아 총선 이후를 도모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이나 홍영표 의원 등이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당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이분들이 당에 남아서 개혁과 혁신을 계속 요구할 것이고, 8월 전당대회에서 무엇을 도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 중 1명으로 꼽힌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전 SNS를 통해 공천배제(컷오프)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힌데 이어 4월10일 총선일을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로 규정한 사진을 새로 SNS에 올렸다. 사실상 민주당 잔류 선언으로 해석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SNS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또 수용해 주신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정권 심판이라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주시면 더욱더 고맙겠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총선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중·성동갑에 전략 공천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중·성동갑 선거에서 수락해 주시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시고, 함께 힘을 모아 원팀이 되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 측은 이에 대해 “특별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 고민의 시간으로 이해해 달라”고만 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이 당장 이번 선거에서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4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총선 출마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미래는 임 전 실장과 연대해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서려 했던 구상이 일단 어그러졌다. 이석현 새로운미래 고문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이 탈당하면) 민주당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겠다, 친문계들이 대거 움직인다는 기대를 가졌다”며 “어제(3일) 저녁 7시 이낙연 대표가 임 전 실장에게 전화했을 때도 (임 전 실장이) 탈당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비이재명계 낙천 인사들과 이른바 ‘민주연합’을 추진하던 설훈 의원 역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설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임 전 실장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다. 목요일(7일) 이후로는 민주연합 개문발차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보다 앞서 지난달 29일 사실상 컷오프 처분을 받은 친문재인계 좌장 홍영표 의원의 거취 또한 관심사다. 홍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처럼 당내 잔류를 선택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 나름의 어떤 판단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연합 논의도) 오늘내일 사이 최종적인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답했다. 홍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다면, 설 의원 등과 민주연합을 구성하고 새로운미래와 함께 총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홍 의원은 “제가 정말 탈당하고 민주연대로 힘을 모으게 된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을 넓게 모으는 건 정치에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홍 의원은 SNS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문 전 대통령께 민주당과 총선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말씀드렸고, (문 전 대통령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히셨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잘되면 좋겠다는 덕담도 주셨다”고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속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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