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배제' 임종석, 민주당 잔류…당 사수 명분·차기 당권 포석

강주희 기자 2024. 3. 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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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계 구심점으로 입지 키우며 차기 당권 행보 관측
새미래 호남 지지율 저조…호남서 낙마 시 사망 선고
서울 중·성동갑 전략공천 재고 요청에도 지도부 거부
컷오프 통보 일주일 만에 민주당 잔류로 노선 급선회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있다. 2024.02.28. ks@newsis.com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당 잔류를 선택한 배경에는 다양한 정치적 포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공천 결과를 수용해 민주당을 사수했다는 명분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의지가 깔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천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가 만약 4월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위상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차기 대권주자이자 친문의 대표 인물인 임 전 실장이 총선 이후 당내에서 입지를 다지며 당권 탈환을 노리는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현실적으로는 광주 등 호남에서 지지율이 낮은 새로운미래에 합류해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미래의 지지율은 호남에서 4%로 개혁신당 3%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임 전 실장이 광주 등 호남에서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민주당을 탈당해 낙천한다면 임 전 실장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 없어 새미래 합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당의 컷오프 결정에도 잔류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임 전 실장은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을 컷오프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우선추천)하자 당 지도부에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지난 1일 비공개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컷오프 결정을 유지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출마 의지를 고수하며 지역구 선거 운동을 강행했다.

지난 2일에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같은날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서울 모처에서 만나 향후 거취를 논의하는 등 민주당 탈당 가능성에 다시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당에 남는 것으로 노선을 틀면서 임 전 실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의 공천 배제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한 만큼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되 당내 입지를 키우며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월 전당대회가 임 전 실장의 정치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의 운명을 가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성적이 저조할 경우 이재명 대표 등 친명계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전당대회에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차기 대선주자인 임 전 실장이 대안론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재명 대표 등 친명 세력이 급격히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총선 출마 대신 당권 도전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당원들이나 중도층에서도 임 전 실장이 컷오프라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탈당하지 않고 민주당을 지키는 것에 박수를 보낼 일"이라며 "원외 인사지만 이를 바탕으로 차기 당권 도전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이) 당에 남아서 개혁과 혁신을 계속 요구할 것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무엇을 도모할 것 같다"며 "이낙연 새로운 공동대표와 손을 잡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의 잔류로 당내 친문계 의원들의 결집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에선 단수 공천을 받은 인사가 고민정·윤건영·이인영 의원 등 소수에 그친 만큼 임 전 실장이 친문계 공천 탄압을 주장하는 친문계 의원들과 도모해 친문계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 내에서도 민주당을 바로잡을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내에서 당의 문제를 시정하자고 외치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 그렇게 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잔류 의사를 밝힌 임 전 실장의 역할론에 대해 "본인이 (선대본부장은) 안이라고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놓은 게 없다. 임 전 실장도 우리 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바랄 것이기 때문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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