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원→9.5만원…엔비디아 부럽지 않은 AI 수혜주는?
미국에서 불어온 훈풍을 타고 국내 반도체 업종이 날개를 달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다. 국내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나날이 수익률을 높이고 있는 한미반도체에 시선이 쏠린다.
4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미반도체는 전날보다 1만600원(12.50%) 오른 9만5400원에 마무리했다. 최근 1년 사이 513% 올라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주 엔비디아 수익률(244%)을 앞선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한미반도체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한미반도체를 99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도 214억원어치 주워 담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1211억원 팔았다.
이날 상승은 반도체 업종 전반에 온기가 불어온 덕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날보다 4% 오른 4929.58포인트를 기록해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엔비디아(4%), 브로드컴(7%), 인텔(1%), AMD(5%) 등이 나란히 급등한 영향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글로벌 반도체주의 상승을 이끌었다.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PCE 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이 결과에 따라 향후 금리 인하가 전망대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번졌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미국 증시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의 강세에 주요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엔비디아가 4% 올라 시총 2조달러를 돌파했고, 델(Dell)은 시장 예상을 상회한 실적에 30% 급등해 반도체 강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수출 경기 회복세도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66.7% 증가한 99억달러로 집계됐다. 4개월 연속 플러스(+) 기조, 2개월 연속 50%를 상회하는 증가율을 보였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단가가 상승하면서 일평균 수출이 16개월래 최고 수준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며 "반도체가 국내 수출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이에 따라 여타 품목들의 수요도 완만하게 개선되는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반도체가 보유한 개별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도 풍부하다. 한미반도체는 국내 AI 반도체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엔비디아(GPU)-SK하이닉스(HBM·고대역폭메모리)-한미반도체((TC Bonder·TC 본더)로 이어지는 AI 메인 가치사슬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AI 시장의 개화로 HBM 시장의 성장세 역시 가팔라지면서 핵심 공급망에 자리한 한미반도체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도 HBM 자체 생산 계획을 가시화하면서 새로운 매출처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HBM3E 양산 경쟁이 본격화하면 한미반도체는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양산 예정인 엔비디아 H200, B100, GH200에 SK하이닉스의 HBM3E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BM4에서도 TC 본더가 사용되면 성장세가 더 견고해질 수 있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은 "HBM4에서도 TC 본더 수요는 지속해서 발생할 전망"이라며 " TC 본더는 제품이 진화할 때마다 신규 장비가 필요한 특성이 있어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급등한 주가는 다소 부담이다. 현재 한미반도체에 대한 증권가의 평균 목표주가는 7만6286원이다. 평균 목표주가와 비교해 현재 주가는 25% 더 높은 수준이다. 2월 이후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 중 현대차증권은 가장 높은 목표주가인 9만3000원을 제시했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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