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연연 통폐합 논란 ‘국가기술연구센터’ 재검토
“NTC 도입이 출연연 통폐합 전초” 연구 현장우려 반영
“연구 집중하는 환경 만들겠다”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 혁신 방안으로 내놓은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설립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센터 설립이 출연연 통폐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연구 현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설립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가적 임무 중심의 연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과학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NTC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센터는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특정 기술과 관련한 연구 사업을 모든 출연연을 아울러 통합편성·관리·운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 연구 비효율의 예시로 든 출연연의 중복 연구와 연구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할 예정이었다. 같은 분야의 연구조직을 출연연에 관계 없이 하나의 센터로 지정하고 연구를 총괄 지휘해 출연연 사이의 벽을 허물고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출연연 연구자 사회를 중심으로 이 사업이 사실상 출연연 통폐합의 선행 성격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계획은 재검토에 들어갔다. 학문 분야별로 설립된 출연연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센터 중심으로 연구 기능이 재편되면서 자연스레 기관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출연연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것도 통폐합을 위한 전제 조치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과기부는 이에 대해 출연연 통폐합 계획은 없으며 이번 재검토도 현장의 우려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출연연의 통폐합을 위해 센터를 도입하고 공공기관 지정 해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연구 현장의 오해를 풀고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업의 명칭과 운영 방식도 기존 발표 내용에서 크게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명칭과 방식에 대해 연구 현장의 오해가 없도록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국가적 임무를 중심으로 연구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목표는 여전히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선 이번 재검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일방적인 소통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최근 들어 연구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는데, 이번 재검토도 그 일환이라는 평가다. 최근 정부는 박상욱 서울대 교수를 과학기술수석비서관에 선임하고, 지난해 R&D 예산 삭감 당시 불통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과기정통부 차관을 모두 교체했다. 한 출연연 고위관계자는 “센터 취지와 상관없이 현장과의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혼란이 컸는데, 일단 속도 조절을 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센터와 연계될 예정이던 ‘글로벌 TOP전략연구단’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국가 R&D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신규 배정한 사업이다. 지난 1월 31일 모집 공고가 나왔고, 4월까지 심사를 통해 연구단을 선정할 계획이다.
당초 전략연구단 사업의 모집 공고에는 NTC와의 연계 방안이 함께 소개됐다. 전략연구단으로 선정된 연구진을 중심으로 초기 센터를 구축해 운영한다는 구상이라 센터 참여 의향도 함께 제출하게 했다. 하지만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에 가까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전략연구단 사업만 일단 추진하게 됐다. 지난 2월 29일 과기정통부가 배포한 전략연구단 선정 관련 보도자료에서도 센터와 관련한 언급은 사라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략연구단 사업에 50여개 제안서가 접수됐고 연구비 규모로만 7000억원 수준에 달한다”며 “연구 혁신을 위한 출연연의 고민과 노력을 볼 수 있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 보완을 통해 연구자들의 노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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