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사라지는 사람들…우크라전 이후 세계 곳곳 러시아인 의문사

유영규 기자 2024. 3. 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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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러시아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2년을 넘긴 가운데 러시아인들의 의문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여러 대륙에서 러시아인들의 '미해결 죽음'(unsolved death)이 급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사업가, 관료, 정치인 등 다양한 부류의 러시아인들이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사로 세상을 떠났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현재까지 사인이 풀리지 않은 채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았던 러시아 사업가는 51명이나 됩니다.

WSJ은 이들이 일반적인 범죄에 휘말리거나 자연사로 숨을 거뒀을 수 있고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서도 러시아인 의문사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개연성을 거론했습니다.

최근 대표적인 의문사 사례는 전 러시아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28) 피살입니다.

쿠즈미노프는 지난달 13일 스페인 동남부 베니도름 인근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최소 여섯 군데에 총을 맞은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쿠즈미노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지난해 8월 Mi-8 헬기를 몰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뒤 스페인으로 이주해 신분을 숨기고 살았습니다.

스페인 당국은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지만 수사관들은 살인이 러시아 정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WSJ이 전했습니다.

WSJ은 "쿠즈미노프에 대한 마피아 방식의 살인은 러시아와 서방 간 첩보 전쟁의 숨겨진 움직임에 부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스파이들이 '배신자 처단'을 목표로 쿠즈미노프에 대한 암살 작전을 벌였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21일 쿠즈미노프의 죽음에 대해 "개에게 개죽음을"이라고 표현하며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습니다.

러시아 국영 석유 대기업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 이고르 세친의 아들 이반 세친(35)의 죽음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반 세친은 지난 2월 5일 모스크바의 고급 아파트에서 호흡 곤란을 호소한 뒤 의식을 잃었습니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이반 세친이 의문의 상황에서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의 부친 이고르 세친은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사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였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인도 아직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푸틴의 최대 정적였던 나발니는 지난달 16일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제3 교도소에서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교도소 측은 나빌나가 산책 후 쓰러져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나빌나의 사인이 자연사라는 입장이지만 그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살해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나발니는 2020년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의문의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독일에서 치료받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적이 있습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WSJ은 러시아인 의문사와 관련해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였던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언급했습니다.

프리고진은 작년 6월 러시아군 수뇌부와 갈등 등으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지난해 8월 의문의 전용기 추락으로 숨졌습니다.

앞서 2022년 3월에는 러시아 가스기업 노바텍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 카탈루냐의 자택에서 아내,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을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프로토세냐의 아들도 아버지가 살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페인 경찰은 아직도 이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의문사 중 쿠즈미노프, 나발니, 프리고진 등 많은 인물은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WSJ은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무렵 혼란에서 벗어나 자신감과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며 비밀작전에서 외국 국적자들을 점차 많이 동원하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되는 불가리아 국적자 5명이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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