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그 많던 쓰레기 어디로 갔지?"… 골목관리소의 등장

김서현 기자 2024. 3. 4. 11: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생활폐기물 거점 공간인 골목관리소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근처 영천 골목관리소의 모습. / 사진=김서현 기자

"깨끗하고 편해요."
"이런 곳은 여기저기에 더 만들어져야 해요."

골목관리소에 쓰레기를 버리러 온 주민들은 관리소 덕분에 편하다고 칭찬했다.

골목관리소는 단독·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의 골목길 쓰레기와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대문구에서 만든 실내형 도시재생 거점시설이다. 기존에는 집 대문 밖에 내놓던 쓰레기를 거점시설에 배출하게 하는 시스템인데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골목관리소 덕에 골목이 깨끗해졌어요!"


골목관리소를 운영한 후 일대의 골목이 쓰레기 없이 깨끗해졌다 .사진은 천연동의 골목길 모습. / 사진=김서현 기자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역 영천시장 인근. 아무리 둘러봐도 쓰레기봉투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다.

보통 저층 주거지 부근에는 골목마다 쓰레기가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가 넘쳐난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에서는 집 앞에 쓰레기를 배출하면 쓰레기차가 와서 수거해가는 형태가 많아서다. 특히 곳곳에 음식물쓰레기가 놓여 악취가 나고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도 잘 안 되는 등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이 골목길은 뒹구는 휴지조각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생활폐기물 배출·수거 공간인 '영천 골목관리소' 덕분이다.



'골목관리사' 노력으로 깨끗하게 유지되는 골목관리소


저층주거지 밀집 지역의 쓰레기 처리 문제 개선을 위해 골목관리소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주민의 모습. / 사진=김서현 기자
골목관리소를 관리하는 영천 골목관리소 관리사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A씨는 2년 전 영천 골목관리소가 처음 생길 때부터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A씨는 골목관리사가 되기 이전부터 이 근처 저층 주거지에 사는 주민이다.

이 동네는 시장 근처라서 골목마다 각종 쓰레기가 많았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악취도 심각했다. 자신의 집 앞에 쓰레기를 놓지 말라며 언쟁을 벌이는 주민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골목관리소가 생긴 후 거리의 모습이 달라졌다. 법정공휴일을 제외한 모든 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게 돼서다.

처음에는 골목관리소 도입이 쉽지 않았다. 쓰레기 거점 시설이 생긴다는 말에 반발하는 주민도 상당했다. 쓰레기가 앞에 쌓이고 냄새도 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막상 골목관리소가 들어서자 반응이 좋아졌다. 가장 만족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골목관리소 바로 앞에 사는 주민들이다. A씨는 그 이유가 "생각보다 냄새도 안 나고 (가까워서) 편하니까"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주택에서도 분리수거해요"… 쓰레기 종류별로 나눠 버린다


골목관리소에서는 생활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해 배출한다. 사진은 알루미늄과 철을 구분하기 위해 골목관리사들이 준비한 자석. / 사진=김서현 기자
이곳에서는 종류별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쓰레기, 그리고 음식물쓰레기까지 처리할 수 있다. 관리소 개시 초반에는 세분화된 쓰레기 배출 방식을 힘들어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플라스틱, 깨끗한 페트병, 알루미늄 등으로 분리해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영천 골목관리소를 2년 동안 운영하면서 주민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A씨를 비롯한 관리사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주민들도 잘 따라왔기 때문이다.

골목 관리사들의 제안으로 알루미늄과 철을 편리하게 구분하는 방법도 생겼다. 자석에 붙으면 철 캔, 안 붙으면 알루미늄 캔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관리사들의 노력으로 주민들의 인식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



"깨끗하고 편해요"… 달라진 쓰레기 처리에 만족하는 주민들


골목관리소를 2년 동안 이용하는 지역 주민은 편리성을 칭찬했다. 사진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주민의 모습. / 사진=김서현 기자
이곳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째로 처리기에 넣으면 용량의 10분의 1로 건조된다. 봉투는 골목관리소에서 장당 20원에 판매하는 생분해 봉투만 투입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온 주민 B씨는 "영천 골목관리소가 문을 연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며 "이런 곳(골목관리소)이 곳곳에 더 생겨야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가 추천하는 이유는 "깨끗하고 편리해서"다. B씨는 최근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생분해 봉투 1만원어치(500개)를 샀다며 "그만큼 만족한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 지인에게) 얘기하니까 자기네 동네에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더라"라고 말했다.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자 그는 "가끔 이상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답답해했다. 분리수거용 쓰레기 분류를 정확하게 못하는 이용자가 간혹 있다는 것. B씨는 "관리사들이 고생이 많다"며 관리사 A씨와 웃음을 나눴다.



지역 활성화·도시 문제 해결…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서대문구청 도시관리과 관계자가 골목관리소 운영을 통해 지역활성화·도시문제 해결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주민의 모습. / 사진=김서현 기자
서대문구청은 골목관리소 운영을 통해 지역 활성화와 도시문제 해결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 가운데 골목관리사를 뽑아서 골목관리소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다. 구청 도시관리과 C씨는 "지역 주민 위주로 골목관리사를 뽑으니까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고 지역 주민 사이 소통도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골목관리소 운영과 관련해 민원은 없을까. C씨는 "(이용자의) 큰 불만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오는 민원 전화는 "자신의 동네에도 만들어달라" "왜 (길 건너편에 사는 자신은) 골목관리소를 쓸 수 없냐" 등이다. C씨는 "주민들끼리 (교회 등에서) 소통하는 과정에서 골목관리소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골목관리소는 건물 안에 있어 쓰레기를 받을 수 있는 용량이 제한적이다.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이 170~200세대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자치단체도 골목관리소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골목관리소 운영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바로 예산 문제다. 골목관리소는 저층 주거지 건물 안에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또 이용할 수 있는 주민 범위도 지정해야 하는 등 행정적인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C씨는 "예산이 조금 들더라도 골목관리소를 만들어 놓으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3개의 골목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다. 2년 전 처음 지어진 영천 골목관리소, 지난해부터 사용 중인 옥천 골목관리소에 이어 지난달 26일부터는 천연 골목관리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