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의 리얼밸리 <3>] AI 골드러시, 한국의 전략은

김태용 EO 대표 2024. 3. 4. 11: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 팰로앨토 EO 사무실에 찾아오는 젊은 한국인 창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요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피칭 대회(스타트업들이 투자자와 청중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무대)에 가보면 30개 스타트업 중 25개는 AI 스타트업이다. 인도, 중국, 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창업자가 ‘AI 골드러시’에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인 업무들을 생성 AI(Generative AI) 등을 통해 극단적으로 효율화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고 세계의 인재가 물밀듯 미국에 오는 것이다.

김태용 EO 대표현 퓨처플레이벤처파트너

한국 창업가들에게 “왜 한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왔냐”고 물어봤다. 미국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 더해, AI 혁신은 대부분 미국에서 먼저 일어나고, 한국어 AI 모델은 더 이상 한국의 해자가 되지 못하며, 한국의 규제 환경 때문에 신기술로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꿈이 큰 창업자가 많은 것은 희망적이지만, 창조적 파괴의 규제 환경으로부터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 투자자 중 한 명인 엘라드 길(Elad Gil)을 만났다. 구글의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엘라드는 회사를 나와 46억달러(약 6조원)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한 인물이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는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피그마, 노션, 퍼플렉시티 AI 등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솔로 GP(General Partner)’로 10억달러(약 1조3340억원) 이상을 운용하는 전문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핵심 이너서클 중 한 명이다.

엘라드를 만난 곳은 그의 투자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중심에 있는 미션 구역 근처였다. 왜 이곳을 거점으로 정했냐고 물었더니, 최대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 근처에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과거의 구글부터 에어비앤비, 우버, 지금의 오픈AI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 주변에는 최고의 인재들과 투자자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한창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구글의 2004~2007년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는 구글이 ‘워라밸’이 좋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는데, 적어도 본인이 일할 때까지는 젊은이들이 집에 가지 않고 일할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한다. 기업마다 성장 단계에 따라 일하는 강도가 다르지만, 당대 최고의 기업은 항상 큰 꿈을 갖고,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자신은 그런 기업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요즘 관심사를 물었다. 의외로 생성 AI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에너지와 모빌리티,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답했다. AI의 발달과 세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고, 미국의 태양열 에너지와 핵융합 기술에 대한 미래를 낙관적으로 얘기했다. 모빌리티와 로보틱스는 우리가 사는 도시를 통째로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짧은 기간 내 만드는 데 성공했듯 규제를 개선하고 AI를 활용한다면 노화, 각종 질병부터 맞춤형 약 제조, 처방까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국이 잘하고 있는 분야들이 언급돼 내심 기뻤다.

한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인재는 의대나 법대를 간다는 말이 있다.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인재가 공대에 가는 것과 비교하며 아쉬움을 토로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다. 미국에서 1년에 배출하는 한국인 박사가 매년 1000명 이상으로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문제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이에 대해 항의하던 대학원생이 현장에서 강퇴당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경제가 안 좋은 시기에 정부 부처의 여러 예산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이해 못 하지 않지만, 진정한 경쟁력과 혁신은 격동의 시기에 과감히 베팅해 탄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인재가 AI 시대에 한국의 경제, 산업 전반에 어떤 매력을 느끼고 기여하게 할 것인가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