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의존도 높은 선진국들…“자동화 등 투자 줄여 성장 ↓”
전 세계적으로 이주노동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선진국이 이주노동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일부 지역에선 ‘건강하지 않은 수준’에 도달해 자동화 기기 도입 등 생산성을 늘리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 전반에서 노동 가능 연령 인구가 줄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노동가능연령(만 15세 이상) 인구는 2050년까지 5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이 이주노동자에 의존하는 이유다.
부족한 노동 인구에 대한 해결책으로 근로자의 은퇴 연령을 늦추는 등의 방안도 있다. 하지만 고용주 입장에선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국가 등 노동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국가들을 고려할 때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미국 위스콘신주 농촌에 사는 존 로제노우는 약 4046㎡ 규모의 낙농장에서 일할 현지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WSJ에 13명의 멕시코 이민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들 덕분에 다른 낙농가들처럼 젖소 착유를 돕는 로봇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인구가 늘고 국내 소비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캐나다, 독일,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선 이민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2~3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에선 2010년대 평균 약 90만 명이던 이민 입국자 수가 지난해 330만 명 더 늘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일부 지역에서 건강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러 생산성 성장을 저해하고 노동력 부족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 모색을 지연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나 사업장 폐쇄 등과 같은 급진적인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미국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75%와 건설·광업 노동자의 30%는 이민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민자는 미국 노동 인구의 18%를 차지한다. 영국의 경우 수십 년 간 이민 억제 정책을 펼쳐왔지만 2020년 EU를 탈퇴하며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기 위해 경쟁하자 이민자가 급증했다. 독일에선 도축업 근로자의 약 80%가 이민자로 알려졌다.
WSJ는 최근 몇 년간 선진국 전반에서 노동 생산성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과 영국의 농업 부문은 생산성이 10년 이상 그대로라고 전했다. 반면 제한적인 이민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OECD 데이터 기준 생산성이 1.5%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반대 입장도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주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주노동자를 배제할 경우 이들의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고 이주노동자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고 설명한다.
시드니대학교의 글로벌 이주 전문가 안나 바우처는 “단기적으로는 기술 부족으로 인해 일부 저숙련 이주노동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호주의 경우 보육 서비스 일부가 중단되고 밭에서 채소가 죽게 될 것이라며 이민자 유입이 현지 근로자의 고용 기회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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