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과 건국전쟁, 그리고 권력의 역설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입력 2024. 3. 4. 10:06 수정 2024. 3. 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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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본성 덕에 권력 갖지만
결국 나쁜 본성 때문에
권력을 잃게 된다는 역설
민주주의 시장경제
초석 닦았으나 끝내 물러난
이승만 삶으로 확인돼
이승만 전 대통령 얼굴 사진. <대통령실 제공>
요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다룬 영화 ‘건국 전쟁’이 화제다. 영화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찬반 논쟁을 보면서 문득 ‘권력의 역설’을 떠올리게 된다.

대처 캘트너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권력의 역설을 이렇게 정의한다.

“권력의 역설은 인간 본성의 가장 좋은 점으로 인해 권력을 잡고 세상을 변화시키지만, 가장 나쁜 점으로 인해 권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삶이야말로 그 역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민족의 독립에 대한 그의 열망과 헌신은 분명 자유를 향한 인간의 선한 본성에서 나왔을 것이다.

대중이 그의 선한 본성을 인정했기에 해방공간에서 그는 다른 누구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권력을 영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그는 최고의 권력자였다.

그는 그 권력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시장경제 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을 놓는 데 썼다. 그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은 흔들렸을 것이다. 그 이유를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서가명강 08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좌파는 물론 김구 등 민족주의 우파, 김규식 등의 중도파가 단독 정부 수립에 불참한 상황에서 이승만마저 참여를 거부한다면 (새 정부는) 정치적 정당성의 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민족주의 우파가 정부 수립에 빠진 상황에서 그 마저 빠진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대중의 지지를 받는 주요 정치인이 참여하지 않는 정부가 될 위험이 컸다. 강 교수가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권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승만이 빠진 새 정부의 출범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가 참여했기에 대한민국 정부는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시 세우는데 핵심 중 핵심이었다.

자칫 그가 빠져 대한민국 정부가 흔들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만에 하나라고 해도 지금 북한 체제와 비슷한 나락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지옥으로 가는 길목에서 방향을 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처 캘트너 교수의 말 그대로 이 전 대통령은 인간 본성의 좋은 점, 다시 말해 자유와 독립을 향한 갈망으로 권력을 잡았고, 그 권력을 활용해 세상을 변화시켜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체제로 이끌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 그의 삶은 ‘인간 본성의 가장 나쁜 점으로 인해 권력을 잃게 된다’는 권력의 역설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 전쟁 와중인 1951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계엄령을 선포한다. 헌병대를 동원해 국회 통근 버스를 끌고 간다. 야당 의원 10명을 구속해버린다. 국회의사당은 군과 경찰로 에워싼다. 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기립표결로 통과시킨다.

이 전 대통령은 2년 뒤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애버린다. 종신 대통령의 길을 연 것이다. 1960년 3월 15일 대통령·부통령 선거에서는 총체적 부정선거를 저지른다.

결국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가 불길처럼 일어났다. 4·19혁명이 터진 것이다. 시민 186명이 목숨을 잃고 60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부정선거에 항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하와이로 망명한다.

결국 이 대통령은 선한 본성을 기반해 권력을 잡고 세상을 변화시켰지만, 결국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 때문에 독재에 빠졌고, 이로 인해 권력을 잃게 됐다.

이 대통령의 삶이야말로,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밝음과 어둠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 같은 공존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다. 시민이 그 어둠을 견제하지 않으면, 권력자는 결국 그 어둠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업적과 실정 중에서 어느 것을 강조하든 상관없이 이 같은 인간 본성을 잊지 말아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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