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짚어가며 세심한 격려… ‘일할 맛’ 알게 해주는 ‘칭찬맨’[Leadership]
공무원 얼굴·명단 모두 외워
성과 내용까지 구체적 언급
“기성세대 일사불란했다면
MZ는 창의적 퍼스트무버”
“출근하고 싶은 일터 만들자”
청사 이전도 직원 의견 우선
연가제도·수당 현실화하고
학교방문 ‘공직박람회’ 열어
‘갓 입사한 9급 공무원의 얼굴과 이름, 하는 업무까지 모두 꿰뚫으면서 격려하는 기관장….’
‘MZ’(엠지)가 젊은 세대를 은근하게 비난하거나 대놓고 조롱하는 말로 사용되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2019년 마케팅 신조어로 등장하더니 정치권에서 젊은 표심을 겨냥하는 용어로 확장됐다가 이제는 이기적인데 서툴기까지 하다고 젊은 세대를 싸잡는 대명사가 됐다. 그런데 공무원의 인사와 복리를 관장하는 인사혁신처 분위기가 이 추세에서 비켜나 있다면,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김 처장은 지난 2022년 5월 취임한 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미래 주역으로 줄곧 호명해 왔기 때문이다. 젊은 공직자가 그 역량을 발휘하는지 여부는 기성세대 공직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1. 격려는 구체적으로
인사혁신처 소속 MZ 공무원의 얼굴과 명단이 통째 김 처장 머릿속에 입력돼 있다고 한다. 김 처장은 기관 성과의 내용과 그 담당자의 역할을 짚어 구체적으로 모범사례 등으로 공유해 왔다. 경력직 채용 관련 제도의 적용을 개선한 것과 관련해 김 처장은 “경력채용과 유슬기 주무관이 ‘경채도사 유주무관의 비법 매뉴얼’을 정말 잘 만들어줬다”며 “90년대생 유 주무관이 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자발적이고 책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한 것에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또 “윤리정책과에 근무하는 정현준 주무관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정리한 책자를 발간했다”며 “월례조회, 인사처TV 등을 통해 처 내외 많은 분과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행정 전산망에서 장애 발생을 탐지하는 체계를 개발한 조석상 주무관 등에게는 직접 격려금을 전달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김 처장은 “최근 정부 입직을 하는 실무 공무원의 잠재 역량이 과거보다 매우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기관이 성과를 창출하려면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증진이 필수”라고 인사처 간부진에게 강조했다. 특히 “기성세대가 수직적 공직문화 속에서 일사불란한 업무추진으로 ‘베스트 팔로어십’을 발휘해 한국을 선진국 문턱으로 이끌었다면, MZ세대라 불리는 미래세대 공무원은 자율·창의·수평적 문화의 특성을 갖춘 ‘퍼스트 무버’로서 한국을 초일류 강국으로 만들어갈 주역”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칭찬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국·과장 등 관리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관리자가 솔선수범해 작은 일이라도, 적극 찾아서 직원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2. 즐거운 출근을 위해
김 처장은 인재가 정부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근무환경 혁신’을 고민해 왔다. 김 처장은 지난해 7월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이 공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처가 인재의 공직 이탈을 막고 유지하기 위해 근무혁신도 상당히 중요하므로 주니어 공무원들 의견수렴 등을 통한 근무혁신 활성화에 노력해 달라”고도 부처 내에 주문했다. 젊은 공무원이 해외에서 훈련하는 과정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는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공직 매력도를 높인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인사처 청사의 이전에 앞서 김 처장은 “MZ세대가 상대적으로 새로운 청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게 될 만큼, 청사 이전에서 MZ세대 직원들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수렴해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 처장은 “직장 동료는 물론 관리자의 태도와 행태로 다수의 직원이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지 못한다면 이는 조직의 성과와 생산성을 저해하는 불행한 일”이라며 “인사혁신처 구성원들이 아침에 출근하고 싶은 부처, 행복한 일터가 되도록 서로 소통·공감하고 배려하자”고 했다. 공직으로 인재를 끌어당기기는커녕 기피 대상이 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이는 곧 정부 역량의 저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공직 매력도’의 제고가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3. 성과 기반의 처우 개선
예전과 달리 이른바 ‘공시생’ 열기가 식은 여파에 따라 김 처장은 성과 중심의 처우 개선에 착수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급여 인상을 바라는 내부 요구에도 지속적인 개선을 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정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9급 초임 봉급이 전년 대비 6% 인상돼 연 3010만 원 수준이다. 재직 기간에 따라 11~21일 부여하는 연가제도에서 연차가 낮은 공무원 대상의 구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육아휴직 제도 또한 그 수당을 현행 3개월 동안 월 최대 250만 원에서 6개월 동안 월 최대 450만 원으로 개선했다. 대상 자녀도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했다.
김 처장은 ‘동료 평가’를 근거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혁신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인기투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같은 부서의 동료가 대상자의 역량 파악을 자세하게 한 상태에서 평가하도록 하고, 상·하위 10% 평가는 제외하고 반영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김 처장의 구상이다. 김 처장은 지난 1월 충북 충주시 공식 유튜브(충TV)를 운영하며 6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 수를 기록해 ‘충주맨’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선태 주무관과의 인터뷰에서 이 생각을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김 주무관을 인사처로 초청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시간도 만들었다.
김 처장은 공직으로의 인재 유입을 위해 정부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찾아가는 공직박람회’는 지역별 대학·고교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13년 만에 방식을 바꾼 것이 핵심이다. 인사처 본부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도 정책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을 찾도록 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불과 10㎞ 정도 거리의 벽지나 농촌 소도시까지도 이들이 찾아가 공무원 입직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했다. 김 처장은 정보 수요자의 입장을 고려할 것을 지시하면서 “채용뿐 아니라 승진, 보수 등 다양한 인사분야를 포함하고 대상 대학도 넓혀 운영하기를 바란다”며 “인사제도 설명, 학생과의 대화 등 토론회 참여 직원들에게는 상시학습을 최대한 인정해 달라”고 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직장 내 대인관계부터 공무원 초봉까지… 궁금증, 책으로 풀어줬다
■ 김 처장 취임 뒤 변화
경청·설득 등 실제사례 생생
인사제도·체크리스트 2권은
홈페이지서 다운로드 가능해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5월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라는 제목의 책자를 펴냈다. 약 250쪽 분량으로 구성된 책은 특히 직장에서의 의사소통과 경청, 설득 등 주제별로 간단한 설명과 구체적인 실제 적용 방법을 안내한다. “쟤는 도대체 왜 저럴까?” “싸우자는 거야, 이야기하자는 거야?” “아, 일하기 싫다” 등 조직 생활 중에 누구나 한 번씩 해봤을 법한 생각과 말을 토대로 조직 내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운영하는 지혜가 담겼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취임하면서부터 한국어 번역본도 없었던 원서 ‘조직의 대인관계 기법’(Interpersonal Skills in Organizations)을 사무실 책상 한쪽에 두고 업무에 참고했다고 한다. 그러다 인사처 직원들과 의기투합해 이 책을 한국어판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터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처장의 철학이다.
김 처장은 발간사를 통해 “정부 조직은 물론 공·사 조직에 몸담은 많은 분이 ‘출근하고 싶은 직장,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인사처는 지난해 ‘국가공무원 인사제도 기초상식-장관은 1급 공무원인가요?’(사진)와 ‘인사운영 체크리스트’ 등 두 권의 책자도 발간했다. 이 또한 인사처 역사상 처음이다.
기초상식 책은 ‘공무원 정년은 모두 동일하게 60세인가요?’ ‘7·9급 신규 공무원은 얼마를 받나요?’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빼곡히 담고 있다. 체크리스트의 경우 국가공무원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현장에서 활용되는 법령과 규정을 다룬다.
이들 책자 역시 김 처장의 평소 소신에서 탄생했다. 평소 김 처장은 공무원의 인사제도가 복잡하다는 선입견을 깨야 하고, 관련 정보들이 국민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강조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공무원 인사제도가 보다 투명해지고 제도의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책자 모두 인사처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는 공개 자료다. 일선 정부 부처의 직원뿐 아니라 공무원 인사제도에 관심을 가진 일반 국민의 접근권도 보장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출생 : 1963년 강원 원주시
△학력 : 한양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주요 경력 : 행정고시 28회, 안전행정부 인사실장, 초대 인사혁신처 차장(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인사혁신비서관(박근혜 정부), 제28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제6대 인사혁신처장(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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