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자'가 말하는 좋은 기자란?

박성동 기자 2024. 3. 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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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찰 고위 간부가 시장의 비위를 알려줬다.

1월30일 출간된 '한국의 기자'를 통해서다.

앞선 상황에서 한국의 기자들은 '자신의 논리와 감정', '회사에 대한 기여도' 같은 항목 가운데 '동료들의 조언'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가장 높게 응답했다.

이나연,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지난해 4월 한국기자협회를 통해 75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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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연구
불분명한 정체성 인식이 언론윤리 문제로

한 경찰 고위 간부가 시장의 비위를 알려줬다. 신문 1면에 오를 만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제보 출처를 경찰이 아니라 시장의 측근으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들은 무엇을 기준 삼거나 참고해 판단할까?

기자가 취재보도 윤리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기자라는 직업의 정체성과 연관 지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월30일 출간된 ‘한국의 기자’를 통해서다. 기자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연구자 11명이 참여해 폭넓게 탐구한 책으로, 2018년 ‘기사의 품질’ 이후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가 내놓은 6번째 기획이기도 하다.

앞선 상황에서 한국의 기자들은 ‘자신의 논리와 감정’, ‘회사에 대한 기여도’ 같은 항목 가운데 ‘동료들의 조언’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가장 높게 응답했다. 이나연,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지난해 4월 한국기자협회를 통해 75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똑같이 설계된 조사에서 2003년 미국 기자들은 동료보다 ‘전문직 행동으로서 적합성’과 ‘취재준칙’에 비춰 판단하겠다고 응답했다. 전문직으로서 지켜야 할 언론윤리 기준이 비교적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두 교수는 한국 언론이 취재보도 윤리에 체계적이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저널리즘의 가치와 거리가 있는 기자의 자기 정체성 인식을 제시했다. 오랜 기간 독재정권에 맞서는 과정에서 ‘지사적 기자’가 주요한 역할이 됐고, 민주화 이후에도 거대한 악과 싸운다는 명분이 앞선 나머지 윤리적 기준까지 정립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정체성 인식에 따라 윤리의식도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들은 조사 대상 751명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중립적 관찰자’와 ‘적극적 참여자’다. 관찰자는 객관주의 원칙에 따라 주관적 판단은 미루고 정보를 중립적으로 전달하거나 검증한다. 참여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한 뒤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시민을 참여시키는 역할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기자 신분을 감추거나 몰래카메라를 사용하고,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등 논쟁적인 취재 방식을 허용하는 정도는 두 집단 사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애초 두 집단은 뚜렷하게 나뉘지도 않았다. 양쪽 가치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역할과잉이나 반대로 어느 것도 추구하지 않는 집단이 전체 절반을 넘어 67%나 됐다.

두 교수는 “한국의 기자는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불투명”하고 이 때문에 “저널리즘 가치 지향성은 선호나 취향에 머물고 말 개연성이 크다”고 결론 냈다.

특히 역할과잉 집단은 비윤리적 취재에 조금 더 허용적이었는데 이는 ‘왜곡된 공리주의’를 보여줄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더 큰 가치를 위해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결과주의적 윤리관이라는 것이다.

책은 대안으로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고 가르쳐야 할 대학교육과 사내 양성 과정도 비중 있게 다뤘다. 취재보도 기법보다 저널리즘의 역사와 이론, 윤리와 법제 등을 기초부터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국 사회에서 기자의 역할은 전문성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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