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검사들

정환봉 기자 2024. 3.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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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겨레 프리즘] 정환봉|법조팀장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사 3명이 출마할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검사장과 최근까지 마산지청장을 지낸 박용호 부장검사,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일하면서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는 문자를 보내며 지역구를 미리 챙긴 김상민 부장검사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해임된 신성식 검사장까지 포함하면 사직서 수리 전부터 ‘여의도’로 일터를 옮길 꿈을 꾼 이는 모두 4명이다. 2명은 더불어민주당, 2명은 국민의힘 당적을 얻었다.

물론 검사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도 의심의 자유가 있다. 검은 법복을 벗자마자 파랗고 빨간 점퍼부터 걸치는 이들이 공정한 수사와 기소를 했을지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불신은 출마한 개별 검사들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검찰 전체의 신뢰에 영향을 준다.

검사는 임관 때 선서를 한다. ‘검사 선서’다. 대통령령인 ‘검사 선서에 관한 규정’을 보면 선서를 한 검사는 선서문 두 부에 서명날인을 한다. 한 부는 법무부가, 한 부는 자기가 가진다. 선서에는 “공익의 대표자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가 되겠다는 다짐이 담긴다. 또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제 검사가 ‘정파’의 대표자로 ‘계파’를 섬기고 봉사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지경이 됐다.

사실 현직 검사의 총선행은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달의 중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겨 파도의 포말을 만들듯, 이토록 거침없는 출마의 배경에는 ‘정치’로 갈린 검찰 조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검사는 여러 사건으로 기소돼 한창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두고 “탈탈 털었는데,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신성식)고 말한다.

권력을 가진 반대쪽은 정부조직 자체가 ‘편파’다.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3억원 가까이 벌었고, 주가조작 가담이 의심되는 자료가 끊임없이 나와도 법무부는 변호에만 바쁘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자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과 결혼하기도 전인 12~13년 전 일에 대해 이미 2년 넘게 무리하고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공식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혐의가 없다면 진작 불기소하면 됐다. 그렇게 오랫동안 불기소 이유서 하나 쓸 배짱도 없으면서 윽박지르는 일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군다. 이럴 거면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과 같이 지역으로 관할을 나누지 말고 서울국힘지검과 서울민주지검을 만들어 상대를 수사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사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시작됐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은 갈등했고, 수사에 의욕을 보였던 검사들은 징계·좌천됐다. 정권이 바뀌고 와신상담했던 검사들은 화려하게 복귀했고, 이들의 자리에 있었던 검사들은 유배됐다. 정치가 탈출구가 됐다. 청와대와 갈등했던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됐고, 그의 오른팔은 법무부 장관을 하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행했다. 이번 정부에서 유배된 이들은 의회 권력을 노리며 권토중래를 꿈꾼다. 다른 일부는 윤석열과 한동훈의 성공 신화에 편승하려고 손쉽게 검사직을 버린다. 이 중에 양심의 거리낌은커녕 민망함을 표하는 이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숙제는 남은 자의 몫이다. 소중히 보관하고 있을 검사 선서를 다시 한번 꺼내 보길 권한다. 자신의 서명이 날인된 선서의 첫머리에는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라고 적혀 있을 것이다. 그 영광스러운 ‘검사의 직’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선배가 최고 권력을 가진 지금에도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가 되어주길 마음을 다해 당부한다.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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