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김정은 체제가 갑자기 무너지면 누가 다음 북한 권력을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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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해보면 '남북이 꼭 통일을 해야 돼?' 이런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그러죠. 남북이 평화적으로만 살 수 있으면 꼭 합칠 필요가 있느냐 이런 생각인 것 같은데, 여기서 전제조건이 잘못됐습니다. '남북이 평화적으로만 살 수 있다면' 이런 전제조건은 사실 실현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왜냐하면 남북이 갈라져 있으면 북한은 기본적으로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 세력의 일원이고 남한은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 세력의 일원인데 중국, 러시아나 미국, 일본은 세계 초강대국들이잖아요. 기본적으로 패권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가들입니다.
우리 주변국은 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그리고 다 핵 보유국이에요. 그리고 사실 일본도 상임이사국과 핵 보유국은 아니지만 국력으로는 여기에 버금가는 나라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이 굉장히 많이 컸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군사력으로는 5위권이나 6위권인데 대한민국이 만약에 이 동북아에 있지 않고 중동에 붙어 있거나 아프리카에 붙어 있었으면 우리는 그 지역의 맹주예요. 그 지역의 대장입니다. 근데 하필 동북아에 있어서 주변의 국가들이 너무 세다 보니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 상황은 50년, 100년이 가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일성 왕조 붕괴되면 누가 권력을 잡을까
김일성 왕조 이후의 권력은 지금의 북한 권력층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동당의 고위 간부라거나 군부 고위 간부가 주변 세력을 규합해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더라도 북한 주민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을 겁니다. 새로 정권을 잡는 세력은 일부 북한 주민들이 혐오하는 정책을 좀 수정을 하겠죠. 그리고 식량 창고에서 식량 빼가지고 식량을 좀 뿌려준다거나 이런 민심 회유책을 일부 하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금의 공산당 인사들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그 후임 권력자는 지금보다는 상당히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정통성의 기반은 이른바 백두혈통이라는 거예요. 김일성의 후손이라는 게 엄청난 정통성의 기반인데 그것과 연계가 없는 사람이 정권을 잡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왜 저 사람한테 충성을 해야 돼?' 이런 생각이 들겠죠. 그리고 '쟤가 정권을 잡았으면 나도 잡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들 것이고. 그래서 누군가가 권력을 잡으면 다시 그 권력자를 거꾸러뜨리고 권력을 잡기 위한 권력 투쟁이 초반에는 상당히 혼란스럽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북통일의 모습은? 국가 연합 VS 국가 연방
워낙 여러 가지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겠습니다만 통일의 길은 열린다고 볼 수가 있겠죠. 그런데 통일이 되더라도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많은 시간과 단계를 거쳐야 될 텐데, 미리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놓으면 대한민국 전체가 굉장히 헤맬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 방안은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입니다. 노태우 정부가 1989년에 발표했는데요. 남북 대화, 남북연합, 통일국가라는 이른바 3단계 통일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 이후에 김영삼 정부가 남북 대화 단계를 화해 협력으로 조금 구체화시킨 통일 방안을 발표했는데, 기본적으로는 동일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특징적인 건 남북연합이라는 단계를 설정했다는 겁니다. 과도적인 통일 체제로 지내다가 남북의 결합도가 높아지면 통일 국가로 가자는 거죠. 남북연합이라는 게 국제정치적으로 일반화돼 있는 국가연합이라는 개념에서 따온 걸로 보이긴 하는데요. 이 둘 사이에도 좀 차별성이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연합과 비교되는 통합론의 방식은 연방제입니다. 쉽게 설명을 드리면 국가연합은 유럽연합 생각하시면 돼요. 연방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입니다. 지금 유럽연합은 유럽 가보시면 알겠지만 유로화라는 동일한 화폐를 쓰고 국가 간에 왔다갔다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죠. 상당 부분 결합도가 높아진 형태라는 얘기죠. 하지만 각국이 외교와 국방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합니다. 프랑스, 독일 다 외교 국방 독자적으로 행사하죠? 그리고 여전히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외교 사절을 파견합니다. 각국의 대사관이 있고 대사를 파견하죠.
근데 미국은 어떻습니까? 각 주의 권한들이 상당히 자율적이지만 외교와 국방 권한은 연방 정부가 행사를 하죠. 그리고 주들 사이에 대사를 파견하지는 않아요. 그런 식의 차이가 있는 건데. 국가연합은 연방제 통일국가로 발전하느냐라는 명제에 있어서 일부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과 독일이 국가연합에서 연방국가로 발전을 했어요. 그러니까 국가연합이라는 게 개별 구성국들의 결합도를 높여가는 방식이니까 아예 한 국가로 가자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 거죠. 근데 이게 꼭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우리가 역사적 사례를 보면 국가연합과 연방이 불안정한 사례들이 나타납니다. 국가연합을 하다가 깨지기도 하고 연방을 하다가 깨지기도 합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90년 동안 국가연합을 하다가 깨졌습니다. 미국의 남북 전쟁 아시죠? 노예제를 둘러싸고 남북 전쟁이 벌어졌는데 만약에 그때 남부 주들이 이겼더라면 미국 연방이 깨졌을 겁니다. 그리고 또 아랍 쪽에서도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이런 나라들이 국가 연합을 구성하거나 연방을 구성하려는 노력을 하다가 실패를 한 사례도 있어요. 1991년에 구소련 연방 해체가 됐죠. 가장 최근에는 브렉시트 아시죠? 유럽연합에서 영국이 탈퇴했지 않습니까? 이런 것처럼 국가연합이나 연방은 계속 통합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갈등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깨질 가능성이 있는 제도라는 겁니다.
유럽연합의 성공 비결은 바로 국가의 '영향력' 인정
이 가중다수결제에 의한 통과 방식은 뭐냐면 27개국 가운데 55% 즉 15개국 이상이 지지를 해야 되고 회원국 전체 인구수의 65% 이상 되는 국가가 지지를 해야 안건이 통과가 됩니다. 언뜻 든 생각은 보통 의사결정은 과반으로 하는 거잖아요. 왜 유럽연합이 전체 인구 65% 이상의 지지를 요구를 했겠느냐. 이 얘기는 뭐냐면 조그마한 나라들 소국들이 연대해서 15개국 이상이 지지를 해도 큰 나라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대국들이 반대하면 안건을 가결시킬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즉 인구수 많고 국력이 큰 나라들이 동의를 해줘야 안건이 가결된다는 거예요.
또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55%, 65% 이런 과반보다 많은 수치를 마련해 놓음으로써 대국들도 안건을 가결시키려면 어쨌든 한 나라라도 더 끌어야 될 것이고, 그리고 전체 인구수 65%가 되려면 어쨌든 추가적인 나라들의 지지를 더 얻어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소국들의 의견에도 좀 더 귀를 기울여야 된다 이런 측면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대국들의 위상을 인정해주면서 대국과 소국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타협한 결과,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다.
근데 2017년 4월 이전의 가중다수결제는 이것과는 또 달랐어요. 그때는 아예 각국별 투표권 수가 아예 달랐는데, 당시 전체 표수가 345표였는데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이 큰 나라들한테는 29표를 줬고 스페인, 폴란드 27표. 에스토니아 이런 데는 4표. 몰타는 3표밖에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결 조건은 뭐였냐 255표 이상을 얻어야 되고 이때는 나라 수로는 과반인 14개국 찬성, 전체 인구의 62%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이 가결됐습니다. 이 복잡한 얘기를 다 알고 계시라는 건 아니고, 여기서 제가 얘기하는 건 이런 겁니다. 유럽연합이 국가 간의 결합도를 높여서 궁극적으로는 잘 되면 한 나라로 가는 걸 지향하고 있지만 각 나라의 영향력 차이를 그대로 의결권에 반영을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독일과 몰타를 한번 볼게요. 2023년 기준으로 독일 인구가 몰타 인구의 155배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독일 GDP가 몰타 GDP의 무려 229배입니다. 그런데 독일과 몰타가 똑같이 27분의 1의 의결권을 나눠 갖고 있을 경우에 독일 국민들이 이런 국가 연합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안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국가연합이라는 건 궁극적으로 결합도를 높여서 한 국가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국가별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이 유럽연합이 유지되는 중요한 토대라는 겁니다. 즉, 국가의 영향력을 현실로 받아들인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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