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 실태 조사로 그늘 속 아동 먼저 찾아나서야”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2021년 대구에서 22세 청년이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생활고로 방치,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 받은 이른바 청년간병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가족돌봄아동 문제는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정부는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지원대책 수립 방안도 발표했다. 또한, 2023년 8월부터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청년 복지 5대 과제'에서 가족돌봄청년 확인-지원-관리에 이르는 원스톱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용을 다루는 등 가족돌봄아동을 실질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지역 차원에서도 서울 서대문구, 대구 수성구, 광주 서구 등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가족돌봄아동에게 돌봄서비스, 교육비, 간병비, 의료비,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전국 33개 지역에서 가족돌봄아동 관련 자치법규를 제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가족돌봄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2022년 보건복지부 '가족돌봄청소년 실태조사'와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광역시 가족실태조사', 초록우산의 '가족돌봄아동·청소년 현황조사결과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면 가족돌봄아동은 가족돌봄의 만성화, 장기화로 인해 생계·학습 애로는 물론 심리·정서적 어려움까지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제도는 지역별로 가족돌봄의 대상 또는 행위, 연령 기준 등을 서로 달리 정하고 있어 같은 상황에 놓인 아동이라도 때에 따라 지원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사각지대 없이 가족돌봄아동 모두를 포괄해 세세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연령의 폭은 넓고, 적용 상황은 세분화한 공식적이며 제도적인 정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족돌봄아동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2023년 12월 대구광역시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서 대구의 19~34세 가족돌봄청년 21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한 결과, 대상자들은 직접 돌봄과 경제적 부양을 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6개월 이상 장기 돌봄을 하는 경우가 70% 이상이었다. 또한, 오랜 기간 돌봄을 하게 되면서 미래를 포기한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상태로 나타났다. 보호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시기에 가족을 돌보면서 자신의 꿈을 내려놓은 아동들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선은 더 많은 가족돌봄아동을 찾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서 실태를 파악하면서, 이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 서비스를 강구하고 제공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2021년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가족돌봄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공공과 민간이 상호보완적으로 가족돌봄아동을 발굴하고 촘촘하게 지원하는 제도와 체계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제도가 잘 정착되고 아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더해져야 한다. 국가, 지자체, 지역사회, 유관단체 모두의 동행으로 가족돌봄아동과 그 가족들이 돌봄의 부담을 덜고 미래를 생각하고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필자 또한 대구의 돌봄 체계가 더욱 견고하고 촘촘해질 수 있도록 많은 아동을 찾고,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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