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보며 향긋한 빵내음까지…경희궁·운현궁을 거닐다
조선 시대 왕실 역사에 뜨는 명소·맛집까지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역사적인 장소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엔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4대 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외에도 다양한 궁궐과 역사 유적이 남아있다.
4일 서울관광재단은 경희궁, 운현궁, 종묘와 함께 가볼 만한 여행 코스를 발표했다. 조선 시대의 왕실의 역사는 물론 주변의 다채로운 풍경과 특별한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는 코스이다.
◇ 경희궁~국립기상박물관~돈의문 박물관마을
경희궁은 새문안 대궐 또는 서쪽의 궁궐이라 해서 서궐이라 불리기도 했다. 조선 5대 궁궐 중 하나로 왕족의 사저로 쓰이고 창덕궁과 짝을 이루어 경덕궁으로 불리다가 영조 36년(1760)을 경희궁이라 개칭했다.
흥화문을 지나 숭정문까지 이어지는 길과 드넓은 광장은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숭정문에 들어가기 전 인왕산의 옆모습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경복궁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궁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천천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으며 경희궁 둘레에 산책길이 잘 갖추어져 있어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사용되었다.
경희궁 뒤편으로 올라가면 과거 서울의 기상관측소로서 역할을 했던 국립기상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기상박물관은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오르막이 많지만, 무료주차를 할 수 있으며 입장, 전시해설 모두 무료이므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국립기상박물관 내부에는 근현대 이전 조선시대의 기상관측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측우기의 모습이나 기온과 바람을 측정하던 방법을 알 수 있고 1932년 당시 경석측후소의 지진계실을 그대로 보존해두어 실제로 지진을 관측, 기록했던 현장을 볼 수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주는 근대 역사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로서의 역사적 가치와 흘러간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서울형 도시재생 방식을 통해 재탄생한 도심 속 마을 단위 역사·문화공간이다.
좁은 골목마다 다양한 추억의 장소들이 배치되어있다. 특히 중앙 광장의 마을 안내소 건물의 파사드는 현대의 기술과 과거의 장면이 잘 조화되어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 주변 맛집
경희궁 인근 고가빈 커리하우스에서는 인도풍의 버터 치킨 커리부터 일본풍의 오믈렛 버터커리까지, 색다른 카레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에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통창 전망을 보며 쉬림프 시금치 커리, 버터 치킨 커리와 로띠, 라씨등을 곁들이면 인도인지 일본인지 모를 그곳으로 맛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 '운현궁~계동~헌법재판소'
운현궁은 조선 26대 왕이면서 대한제국 황제였던 고종이 임금에 오르기 전인 12살까지 거주했던 곳이자,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집이다. 젊은 고종을 대신하여 흥선대원군이 약 10년간 국정을 이끌었던 곳으로 조선 후기 왕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미로처럼 연결된 경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이로당과 노락당이 함께 안채로 쓰였던 곳을 지날 때는 마치 건물의 아래인듯 드나들 수 있는 낮은 출입구가 현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운현궁 건너편에 있는 계동에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 클래스가 진행되는 북촌 설화수의 집과 조향사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아모레에서 1930년대의 대저택을 개조하여 만든 설화수의 집에는 K-뷰티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미용관련 제품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라운지에서는 무료로 예약가능한 다양한 클래스가 열리며, 위층으로는 전통적인 메뉴로 구성된 차와 베이커리, 논알콜 칵테일을 판매하고 있는 오설록 티하우스가 위치한다.
설화수의 집 옆, 조향사의 집에선 자연에서 채집한 수십종에 달하는 향의 원재료부터 그 배합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향기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계동에 자리한 헌법재판소는 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한 번쯤 견학을 신청하여 가볼 만한 곳이다.
약 80분간의 견학을 통해 애니메이션 상영, 헌법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내부의 공개된 공간을 둘러보는 일정이며 재판정에서는 법복을 입어보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내부의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소장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전시관 또한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한데 가장 사건명이 긴 판례, 가장 많은 사람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판례 등 법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도 흥미를 끌만한 내용을 제공한다.
△주변 맛집
계동에는 새로운 소금빵 맛집으로 떠오르는 '아티스트베이커리 안국'이 있다. 전국적으로 입소문난 이곳은 오픈과 동시에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 가급적 오전 방문을 추천한다.
감자버터, 유기농 통밀부터 할라피뇨 소시지, 마늘버터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사용한 소금빵 뿐만 아니라 오픈 주방에서 제과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샌드위치 역시 인기 메뉴다.
◇ '종묘~서순라길'
조선 건축의 정수로 불리는 종묘는 조선 왕조의 역대 국왕들과 왕후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례를 봉행하는 유교 사당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종묘는 시간제 관람으로 해설사를 따라 약 1시간가량의 설명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역사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길과 건축물, 연못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 깃들어있는 의미와 이야기를 함께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2020년부터 보수공사를 시작하여 2024년 9월 완료 예정인데 종묘 관람의 하이라이트인 정전은 장막으로 가려져있다.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정전의 대대적인 보수공사는 고종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월대 위의 건물 부속들이 줄지어선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종묘의 서쪽에 자리한 서순라길은 종로의 분위기를 담은 한옥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조선시대 종묘를 순찰하는 순라청 서쪽에 위치해서 서순라길로 이름 붙여졌다. 낮에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카페가 있어 둘러보기 좋으며 저녁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다른 분위기를 낸다.
영국식 맥주 펍인부터 일본풍의 한식요리주점, 국내 수제 맥주를 다루는 한옥 펍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전통과 이국적인 분위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 주변 맛집
서순라길에 위치한 한옥 카페 헤리티지 클럽은 음료와 함께 종묘의 돌담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깔끔하고 심플한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한옥 카페가 새로운 분위기를 주는 곳이다.
중정의 뚫린 공간을 모두 유리로 막아 통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그니처 메뉴인 애플 시나몬 라떼는 은은하고 달콤한 맛으로 인기가 좋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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