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복심’ 윤건영 對 ‘탈북민’ 태영호…구로을 ‘초선 대전’ [총선 빅매치]
“尹정부 무능에 경종 울릴 것” vs “민주 장기 집권하며 정치 이용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한국 산업화의 양면을 품은 구로공단이 위치한 '서울 구로을'. 이 지역은 여권 험지로 통한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두 번 밖에 이기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선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54.13%의 득표율로 강요식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31.51%)를 꺾었고, 지난 21대 총선에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57.04%의 득표율로 김용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37.66%)를 제치고 당선됐다.
윤건영 의원은 22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사수'를 노린다. 친문(親문재인)계 윤 의원은 당내 '비명계 학살' 논란 속에서도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에선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이 험지 출마를 자처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복지 좋아져" "발전 너무 더뎌"…구로을 민심은?
시사저널은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을 관할 구역인 신도림동과 가리봉동 인근을 찾았다. 시민들 사이에선 두 후보에 대한 기대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감지됐다. 구로구청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차아무개(37)씨는 "정치에 원래부터 관심이 없었는데 더 없어졌다"며 "윤석열 정권 때문에 경제가 힘들어졌다 하는데, 구로는 이전 정권 때부터 계속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이 누가 당선되든 구로가 발전될 가능성이 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정치권이 구로 지역 개발을 얼마나 이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신도림역 앞에서 만난 주부 정아무개(34)씨는 "요즘 구로에 어린이공원도 생기고 도서관 등 복지시설이 생긴 것은 체감이 된다"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전했다. 반면 차씨는 "영등포나 다른 곳과 비교해보면 건물도 낮고 개발이 안 됐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오래 있으면서도 바꾼 게 많이는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도 표했다.
지역의 숙원 사업인 '철도 지하화'도 주민들의 화두에 올랐다. IT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김아무개씨(34)씨는 "지하철 교통도 문제다. 신도림역을 가려면 한참 나가야 하고, 대림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 사이에 위치한 고가도로랑 지상철도 시끄럽다"며 "철도 지하화 공약을 총선 대선 때마다 들은 것 같은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선 "엄청 낡은 구로역이 신역사로 탈바꿈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그 부분은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구로는 중국 동포 등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만큼 '다문화 정책'도 관심사 중 하나다. 옛 공단 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 근로자 장아무개(61)씨는 "중국 연변에서 건너와 여기서 20년 넘게 살았는데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진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문화나 복지 시설도 아쉽다. 노인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쉼터도 있으면 좋은데, 정부나 구청에서 돈이 없는지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의 '낡은 이미지'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구로공단이 사라지고 디지털단지로 변모한 만큼, 지역의 캐치프레이즈와 후보들의 대표 공약도 미래 지향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IT업계 종사자 김아무개씨는 "이제 구로는 공단도 사라졌고 첨단산업이 집약한 만큼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구로공단 이미지와 가리봉동 등으로 낙후된 이미지가 박혀있는 것이 아쉽다. 이런 부분들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필요한 사람, 구로엔 윤건영" vs "구로를 강남처럼 만들겠다"
여야 후보 모두 이 같은 주민들의 민원을 이미 수렴, 맞춤형 공약을 마련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은 핵심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와 '구로 지하철 차량기지 이전'을 내세웠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22일 오류역을 방문해 철도 지하화 현장을 점검하며 지원사격한 만큼, 태 의원은 '힘 있는 집권여당'의 이점을 내세워 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여기에 구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준공업지역과 주거지·편의시설이 공존하는 단지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태 의원은 시사저널에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이자 1등 공신이었던 구로공단이 있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장기집권하며 정치적으로만 이용했다"며 "윤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문헌일 구로구청장과 함께 구로의 대혁신을 이루기 위해 제 모든 걸 바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제 경쟁력은 말이 아닌 실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라며 "구로를 강남처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건영 의원은 지난 4년간의 성과를 강조하며, 차기 핵심 공약인 '구로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의 1호 공약이었던 '구로역 신역사 건립'을 이뤄낸 만큼, 다음 4년 동안 구로역 일대도 발전시켜 구로을 전체의 발전과 연결시키겠다고 자신했다. 또 '철도 지하화'는 물론, 주민과 함께하는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모아타운, 신속통합기획, 공공개발 등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윤 의원은 시사저널에 "필요한 사람, 구로에는 윤건영이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경제가 어렵고 국민의 삶도 힘든 가운데 치러지는 총선이라 정치하는 사람들의 책임도 더욱 무거운 때다. 민생이 어려울수록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일 마음에 새기고 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월10일에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에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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