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돈 홈치는 대주주 손대지 않는 정부 정책은 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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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이익 빼돌리면 투자할 이유 없어
소수주주 보호가 지배구조 개선 핵심
기업 자율 맡긴 ‘밸류업 지원안’ 한계
상법 상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시급
‘RSU 규제’로 승계 악용 소지 막아야
주주보호 법제도 마련이 ‘정치 목표’

“하루속히 주주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 대신 한국 주식을 사라고 (자신있게) 권하고 싶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시장반응이 차가운 것에 대해 “대주주가 회사 수익을 뒤로 빼돌려 소수주주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 빠진 맹탕 대책이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주주권리를 보호하지 않으면 범죄가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상법 개정의 핵심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우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중에서 주주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 발의에 가장 앞장섰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한 상법 개정안과 경영승계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규제하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가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는 게 내가 정치하는 목표”라면서 “정부와 국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의지가 정말로 있다면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용우법)을 5월 말 21대 국회 임기 안에 처리하거나, 22대 총선공약으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 이틀 뒤인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상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이 의원의 의견에 뜻을 같이했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증시 저평가를 개선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제도를 쏟아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후진적 기업지배구조(기업경영을 감시·규율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 개선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자본시장과 주식시장의 핵심은 투자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이익을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돌려줘서 주주가치를 올려야 하는데, 기업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자회사 등 다른 쪽으로 빼돌리면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주주권리를 보호하지 않으면 범죄가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윤 정부가 최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유도하고, 우수기업에 세제지원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는데, 시장반응이 신통치 않다.
“주주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기업들이 잘 알아서 해라. 그러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말만 했다. 대주주가 주주의 돈을 훔치는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한 정부 정책은 핵심이 빠진 ‘맹탕’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밸류업 지원’ 예고 이후 투자자들이 주가순자산비율(PBR·순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낮은 주식들을 사들이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 PBR을 높이려면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수익이 100이 나왔는데 80을 빼돌린다면, 회사 가치는 20에 불과해 PBR이 높아질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 못하면, 아무리 주식투자를 하라고 해도 소용없다. 기업들은 섭섭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지 말고, 미국이나 선진국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미국이나 선진국 시장은 허위공시를 하고 주주의 가치를 빼돌리면 소송을 당해 패가망신한다. 그래서 주주를 제대로 대접할 수밖에 없고, 시장도 좋아진다. 우리도 하루속히 주주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국내 주식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법을 바꿔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게 내가 정치를 하는 목표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을 2022년 3월 발의했다. 윤 대통령도 1월초 거래소를 방문해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추상적 조항이어서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하면서, 밸류업 방안에서 빠졌다.
“형법에 ‘도둑질은 범죄’라는 조항이 있다. 선언적인 조항이지만, 이게 없으면 도둑질을 처벌할 수 없다. 현행법에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라는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 그냥 회사의 이익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러니 주주의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에 대해 처벌이 안된다.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이익 빼돌리기의 핵심은 대주주에게 훨씬 더 많이 주고, 소액주주는 찔끔 주거나, 아예 안주는 문제다. 경영진이 일반 투자자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이사회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는 게 상법 개정의 핵심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출발점이다.”
―과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에서 주주 피해에도 불구하고 회사 손실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삼성물산 불법 합병사건 재판에서 검찰은 소수주주 피해를 강조했는데, 재판부는 피해가 없다고 판결해 다시 논란이 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분명히 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에버랜드 사건 무죄 판결 이후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은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상법 조항이 여전히 명료하지 않다는 점이다.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가 일반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판결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정부에 추가로 제안하고 싶은 말은?
“공시는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면 인센티브를 주고, 어기면 페널티를 줘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는 기업이 알아서 공시하라고 하고, 페널티도 없다. 세상이 알아서 잘 돌아가면 정책이 필요 없다.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에서 공시의무는 매우 중요하다. 불공정한 계약을 하더라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시장 참여자가 계약내용을 알 수 없다. 공시를 정확하게 하면, 많은 사람이 그것을 보고 소송을 할 수 있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를 의무화하고, 집단소송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구제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테슬라 주식 9주를 가진 소액주주가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560억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성과보수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우리도 공정거래법과 금융시장 관련법은 미국처럼 민사소송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제도) 도입 의사를 밝혔다. 투자자 보호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사법부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소액주주가 소송을 걸었을 때 회사는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갖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공시자료뿐이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한마디로 ‘무기 대등의 원칙’이다. 판사가 “재판에서 쓸 증거를 모두 제출하고, 상대방에게 보여주라”고 한다. 만약 테이블 밑에 결정적인 자료를 숨겼다면, 발각되는 순간 소송에서 진다. 디스커버리제도는 민사적 갈등이 생겼을 때 빠르고, 공정한 해결을 돕는다. 2020년 엘지에너지솔루션이 에스케이온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법정으로 가지고 간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국회 법사위가 정쟁만 할 게 아니라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정부의 밸류업 지원방안은 지난해 일본의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조처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지만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기업지배구조개선 노력을 지속해서 펴온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아베 정부는 자본시장을 향해 주주 대접을 제대로 하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시장에서 여러 밸류업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모회사에서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중복상장을 할 때 소액주주 보호장치가 없으면 아예 상장심사를 거절했다. 2021년부터 우리도 물적분할 뒤 쪼개기상장에 대해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해, 거래소가 수용했다. 2022년 엘지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 한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관련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RSU는 일정한 경영목표를 충족하면 회사가 주식과 현금을 나눠주는 성과보상제도로, 장기성과 중심 의사결정을 유인하기 위해 5~10년 뒤에 처분이 가능하다. 최근 RSU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아직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한화가 김승연 회장의 아들들에게 RSU를 부여한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RSU는 기본적으로 스톡옵션과 유사해, 처음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한화의 내용을 들여다보니,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도 주더라. 스톡옵션 경우에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는 (경영권 승계에 악용할 우려가 있어) 주지 못한다. 문제는 현행법에는 RSU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는 부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한겨레>가 한화 총수일가에 대한 RSU 부여를 보도한 뒤 한화가 소송(명예훼손)을 걸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RSU를 우회 상속수단으로 쓰려 하는구나’라는 의심이 들었다. RSU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대주주와 특수관계자에게 부여해서는 안된다. 대기업이 언론에 대해 소송을 하는 것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키려는) 봉쇄소송이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 개정안 취지에도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명시되어 있다. 반면 한화는 RSU는 부여 이후 10년이 지나야 주식과 현금을 취득할 수 있어 현시점에서 김동관 부회장은 주식이나 현금을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10년이 경과한 뒤 주식과 현금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은 파생상품의 일종인 옵션(기초자산을 만기시점이 되면 행사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주고받는 계약)이라는 얘기다. 옵션은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거래가 가능하다. 한화가 지금 주식과 현금을 취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주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들의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1400만 주식 투자자를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하는 게 진심인지 의심이 든다.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안됐다. RSU 관련 상법과 자본시장법도 마찬가지다. 결국 의지의 문제이다. 개혁은 그동안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모두 힘들다. 하지만 주식 투자자가 많아지고, 서학개미가 늘어나니까, 저쪽(미국 증시)에서는 주주대접을 해주는데, 이쪽(한국 증시)에서는 안해준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4·10 총선 이전에 법안 처리 가능성은?
“선거가 40여일밖에 남지 않아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는 5월말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까지 남은 법안을 심의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재계 눈치를 보지 말고 의지를 보인다면 합의처리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도 모두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하지 않았나. 또 다른 대안은 여야 모두 22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총선공약을 하는 것이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녹취 김효진 보조연구원 jskwak@hani.co.kr
첫 인터넷은행 설립 주도… 경제 개혁입법 평가 3년 연속 1위
민주당 대표 ‘경제통’ 이용우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중에서 이론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대그룹을 시작으로 동원증권, 한국투자금융에서 일하며 투자·채권·자산·신탁운용 등 금융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2016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맡아 우리나라 최초 인터넷은행의 설립을 주도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7호로 입당했다. 당시 카카오뱅크의 스톡옵션 52만주(시가 약 150억원 어치)를 포기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21대 국회의원 선거(경기 고양시 정)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14대 국회 때 장재식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경험이 있어, ‘정치 초년생’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국회에서 전공을 살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지난 4년간 138개 법안을 발의했는데, 50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중에서 여러 법안을 하나로 묶어서 대안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원안가결 및 수정가결된 법안 수만 24개로 21대 국회의원 중 1위이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1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개혁입법 평가’에서 3년 연속 경제분야 1위를 차지했다.
이용우 의원은 의정활동의 화두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과 ‘공정과 혁신’을 강조한다. 그는 정치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공정한 시장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할 수 있는 역동적인 사회와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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