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계에는 없는 사람들…숨어사는 ‘여성 노숙인’을 만났다 [창+]

하누리 2024. 3.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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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중에서]

우리는 그녀들에게 얼만큼 다가섰을까.

<녹취> 이현숙/ 브릿지 사회복지사
[(기자) 가실까요? 저기 항상 보통 계시는 건가요?]
“보통 저기 계세요”

여든 살 정경 씨, 복지사가 말을 걸어오는 이 순간이 아니면 하루종일 혼자다.

<녹취> 이정경
복지사들 “안녕하세요, 이렇게 또 나오셨어?”
이정경 “그래서 나왔어요. 나오니까 추워서 술 좀 먹는 거지.
복지사 “술 지금 드셨구나.”
이정경 “추워서. ”
복지사 “소주 있네요.”
이정경 “별로, 별로.”
복지사 “아이고, 세상에. 많이 잡쉈네. 안주는 이거예요?”
이정경 “안주. 과자를 하나 샀어, 내가.‘

서울역같은 노숙인 배식도 ’동료‘도 없는,
광화문 외딴 공간이지만
환풍구 옆에 자리잡은 이유가 있다.

<녹취> 이정경
“지금 (낮) 시간 되고 훈훈한 거는 나오기 때문에요, 따뜻해요. 밤에는 꺼지고요. 훈훈해. ”
복지사 “다행이네요.”
이정경 “네. 왜 그러냐 하면 노숙자는 그렇게 살아.”

복지사 “날씨 추울 때는 좀 안에 들어가 계시면 안 될까”
이정경 ”안 돼 안 돼, 들어갔었는데 쫓아내. 그러니 쫓아내서, 쫓아내가지고 돌아다녀.”

‘쫓겨나면 돌아다녀야 한다’는 그녀들,
그래서 종종 사라진다.

시청역에 있던 예순 세 살 정숙 씨도 일주일 만에야 나타났다.

<녹취> 최정숙
[(기자)점심 뭐 드셨어요, 오늘은 그러면요? ]
“우동.”
[우동? 어디서요?]
“위에 가가지고.”

혐오의 시선과 위험을 피해 끝없이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녹취> 최정숙
[지금 어디로 이동하시는 거예요? ]
“여기 있다가 뭐 공원 또 있나, 뭐. 지금 (사람) 많으면 또 조용할 때까지 기다려야죠. 자려면.
뭔 생활이 어디 있어요. 구체적인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소가 있으면 거지가 아니죠.
뭐라도 해야 되는데 이력서 내놓을 데가 없어요. 60이 넘으니까. 이러고 있으니까 좀 미안해요.”

정부의 노숙인 실태조사에서도 소외되긴 마찬가지,

’일정한 자리‘에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다보니 주로 남성을 조사하고 대책도 남성 맞춤형이
될 수밖에 없다.

숨어있는 여성들은 정부 통계엔 ‘없는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 녹취> 현영진
”그거 아시죠? 같이. 큐 해 주세요.
레디. 액션. 큐!
"이젠 모두가 떠날지라도
그러나 사랑은 계속 될거야~“

이 여성들 길에서 살아 남아 있다.

<인터뷰> 이세리 (가명, 음성변조)
“얼마나 헤프게 살았길래 노숙인이 됐을까?
그런데 제가 딱 그 입장이 되고 생활을 해보니까 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거고 안 좋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죠. 저한테 중요한 거는 그냥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사람.”

<인터뷰> 임미희 (가명, 음성변조)
“한 번을, 한 푼을 안 쓰고 지금은 내가 모아둔 돈이 지금 100만 원이 넘어요.
조그만 방이라도 있으면서 내가 숨 쉬고 편하게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데만 있으면 그게 좋아요. 남한테 손가락질 받을 이유가 뭐가 있어요.”

<인터뷰> 최정숙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하이틴 소설.
그래서 책방 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헌책방.
남들처럼 그러고 사는 것도 좋은 거죠, 남들처럼 살아보는 거.”

바라는 건 단지 ‘보통의 삶’...

<터뷰> 별이
“돈 모아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김복수
“다 힘내고 우리 같이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아봅시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그녀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처음으로 여성 노숙인 지원 시범 정책을 서울 강북 일대에서 시작했다.

반년 만에 이곳에서만 여성 노숙인 62명을 더 찾아냈다.

하지만 올해 여성 노숙인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관련방송 : 2024년 2월 27일 (화)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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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리 기자 (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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