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 놓고 친명-친문 충돌양상 ‘중대 기로’ 놓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공천에서 배제된 '친문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의원이 나란히 향후 거취에 대한 고민에 들어가면서 이들의 결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친문 세력 주축인 이들이 동반 탈당할 경우 최종 공천에서 낙마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줄지어 이들의 뒤를 따르면서 사실상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최근 자신의 옛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되자 당 지도부에 해당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으나 결국 거절당했다.
그는 2일 페이스북에 "(지도부가) 어제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었는데 내 요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적었다.
더는 지도부에 추가 요구를 하지 않은 만큼 임 전 비서실장이 향후 거취에 대한 숙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 전 실장 측은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임종석의 시간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숙의 중인 상황"이라며 "이번 주 안으로는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던 홍 의원은 지난달 29일 컷오프가 확정되자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며 이미 탈당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홍 의원은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을 지키던 분들을 마지막까지 밀어내버린 건 '이재명 당'을 향한 야욕이 만든 비극이다. 마침내 일어설 시간이 다가온다"며 탈당을 재차 시사했다.
비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홍 의원은 경선만이라도 시켜주면 탈당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당이 두 쪽 나더라도 비명계 핵심은 숙청시키겠다는 게 친명 지도부의 의지"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거취가 이른바 '문명(文明·문재인-이재명) 충돌'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둘 다 동반 탈당한 뒤 민주당 탈당파가 주축인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아울러 앞서 탈당한 설훈(5선·경기 부천을) 의원과 함께 '민주연합'(가칭)이란 일종의 결사체를 먼저 구성한 뒤 나중에 새로운미래와 합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같은 구상은 무소속이 아닌 야권 제3지대 정당 소속으로 앞 순번 기호를 받아 각자 지역구에 출마하는 그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을에 일단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하되 추후 '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설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나온 사람, 나올 사람들을 모두 뭉쳐 민주연합이라는 새로운 그룹을 만들 것"이라며 "홍영표 의원, 김종민(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의원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결국 우리와 함께 할 것으로 본다"며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야권발 정계 개편이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임 전 실장은 전날 오전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와 서울 모처에서 만나 향후 거취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제 이낙연 대표가 오늘로 예정됐던 광주 출마 기자회견을 며칠 뒤로 연기한 것도 최근 민주당 내 일련의 상황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임 전 실장과 홍 의원이 나란히 당을 나가더라도 비명계 의원들의 연쇄탈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초선·서울 구로을) 의원과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이 각각 텃밭에서 단수공천을 받아 본선에 직행한 것은 임계점에 차오른 비명계 반발을 그나마 누그러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친문 핵심인 전해철(3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에 경선 기회를 준 것을 두고도 내부 통합에 방점을 둔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헌재 당 공천에 반발하며 탈당한 의원은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이수진(초선·서울 동작을)·박영순(초선·대전 대덕)·설훈(5선·경기 부천을)·이상헌(재선·울산 북구) 의원 등 5명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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