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장·양안 갈등…중국 양회서 해법 나올까
시진핑 ‘1인 집권 체제’ 강화 기조
경제난 불구 올해 ‘바오우’ 고수 유력
대만 총통 취임 전 메시지도 관심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 4일 개막한다. 중국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4일, 한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일 베이징에서 개막해 약 열흘간의 일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양회는 202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후 치러진 3기 데뷔 무대의 성격이 짙었다. 올해는 경제난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 미·중 관계 등 산적한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이 친미·독립 성향의 대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의 오는 5월 취임식을 앞두고 양회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전인대 개막일인 5일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한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오우’(保五·성장률 5% 유지)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각종 경제 우려에도 5.2%의 경제성장을 이뤄내 ‘5.0% 내외’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목표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화권 매체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차오허핑(曹和平)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는 1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연간 5% 내외의 성장 목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달 28일 “중국이 올해 야심찬 GDP 성장 목표를 발표할 것으로 널리 예상된다”며 “대부분의 분석가는 리 총리가 전인대 개막식에서 첫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5% 목표를 세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중국 중신증권(CITIC) 역시 중국 당국이 5% 내외의 목표치를 설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 정부가 발표하는 목표치의 토대가 되는 중국 31개 성·시·자치구의 발표를 보면 베이징, 상하이, 충칭, 허베이 등 절대다수인 27개 지역이 5∼6%였고 하이난과 티베트는 8%라는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5% 미만은 톈진(4.5%)이 유일했다.
중국이 5% 수준의 목표치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 정치적 상황과도 연관돼 있다. 5% 성장 목표는 천안문 사태의 여파가 미처 가시지 않은 1991년 4.5%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보다 낮은 목표를 설정할 경우 시 주석 일인 체제 강화 기조와 신뢰도를 깎을 수 있으며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양회에서 GDP 대비 재정적자율을 3%로 제시했지만 10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이를 3.8%로 상향하고 1조위안(약 185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올해 재정적자율 역시 3%대 중반으로 설정해 금리 인하 등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 중국의 ‘3대 신성장 동력’을 중앙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도 주목된다. 이들 분야는 중국이 세계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정책에 따라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과잉생산 상태인 태양광이나 합종연횡이 시작된 전기차 등 분야별로 지원책이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 속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등도 관심사다.
시 주석은 지난해 정협 회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세력이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포위·억압을 실시해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는 심각한 도전을 제공했다”며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정찰풍선 사태로 미·중 관계가 악화했던 1년 전과 달리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양국은 관계 안정화와 소통 유지에 합의한 상태다. 이에 중국이 미국에 대한 발언 수위와 내용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이 양회에서 5월 취임을 앞둔 대만의 라이 총통 당선인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라이 당선인의 총통 선거 승리 후 미국 등 각국의 대만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하나의 중국’을 재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진먼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민이 사망한 것을 두고 대만과 날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군함과 군용기를 꾸준히 대만해협으로 보내 해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지난달 29일 장샤오강(張曉剛)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분으로 소위 ‘(대만)해협 중간선’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양회 때는 거론되지 않은 한반도 문제가 올해는 언급될지도 주목된다. 중국의 외교수장인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긴장 고조 국면인 한반도 문제에 관해 ‘당사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결’이 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왕 부장은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늘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추동을 견지해왔다”며 “긴장은 각 당사자의 공동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양회에선 새 외교부장 등의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외교부장으로 지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양회에서 시 주석의 측근 친강(秦剛) 당시 외교부장을 외교 담당 국무위원으로 올렸고, 리상푸(李尙福)를 국방부장에 낙점했다. 특히 외교부장 임명 후 약 3개월 만에 파격적으로 국무위원이 된 친 전 부장은 공격적인 대미 노선을 상징하는 인물로, 임명 당시 만 56세에 지나지 않아 향후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친강과 리상푸 두 사람 모두 임명 1년도 지나지 않아 부패 등 각종 의혹 속에 차례로 실각했다. 중국 당국은 리 전 부장 해임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원(해군참모총장격)을 역임한 둥쥔(董軍)을 새 국방부장으로 임명했지만 외교부장 자리는 친강의 전임 부장이었던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계속 겸직하고 있다.
서방과 중화권 매체 등에서는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류 부장이 양회에서 새 외교부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친강이 이번 양회 전인대 대표 자격을 내려놨다고 발표해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회 기간 중에는 외교부장이 직접 내·외신 브리핑을 주재하는데 류 부장은 이때 기자회견을 주재해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 브리핑은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큰 행사다. 지난해에는 친 전 부장이 브리핑을 주재해 미국에 대한 거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류 부장을 새 외교부장으로 발탁한다면 호전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쇄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첫 업무보고를 하는 리창(李强) 총리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확립되면서 리 총리의 존재감은 고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리커창 전 총리가 공개 발언을 통해 불평등 등 중국 문제를 지적하는 등 2인자이자 경제 사령탑으로 본인 의견을 전파한 것과 달리 리창 현 총리는 시 주석의 대리인 성격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번 양회를 통해 중국경제 해법을 제시하면서 중국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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