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야구장에서, 노래방에서 울려 퍼진 ‘역주행송’

관리자 2024. 3. 4.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많은 비가 내렸다.

비를 생각하면 여러 노래가 떠오르지만, 김수희의 '남행열차'는 가수에게나 역사적으로나 사연이 있다.

이 노래는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가수 손인호가 1956년에 부른 '비나리는 호남선'에서 차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노래방에서 20대도 부르기 시작하면서 '남행열차'는 모든 세대가 좋아하는 위치에 올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수희 ‘남행열차’
‘남행열차’를 최초로 수록한 김수희 앨범 ‘골든디스크 2’.

올해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많은 비가 내렸다. 비를 생각하면 여러 노래가 떠오르지만, 김수희의 ‘남행열차’는 가수에게나 역사적으로나 사연이 있다.

이 곡은 정혜경 작사, 김진룡 작곡으로 1987년 김수희가 발표했다. 당시에는 흥행을 예감하지 못해 레코드(LP) B면 두번째에 수록됐고, 실제로도 당시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이 노래는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가수 손인호가 1956년에 부른 ‘비나리는 호남선’에서 차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곡은 당시 제3대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호남선을 타고 가다가 열차 안에서 급사한 신익희 후보를 지칭한다는 소문으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신익희의 사고보다 노래가 먼저 나왔다.

1990년대를 맞이한 김수희는 어느 날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대학생 사이에서 ‘남행열차’가 인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 팬들이 이 곡을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무렵 노래방 열풍이 불었다. 이때 ‘남행열차’는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트로트는 나이 든 사람들이 즐긴다는 이미지로, X세대인 1990년대 20대들은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행열차’는 달랐다. 노래방에서 20대도 부르기 시작하면서 ‘남행열차’는 모든 세대가 좋아하는 위치에 올랐다. 이후 노래방 히트곡 순위에서 늘 상위에 오르는 빅히트곡이 됐고, 회식 노래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를 다퉜다.

작곡가 김진룡과 김수희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 곡이 히트 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공식적인 활동 중에 얻은 성과가 아니다 보니 ‘남행열차’의 인기를 실감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 된 후라고 밝혔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첫사랑도 흐르네/ 깜빡 깜빡이는 희미한 기억속에/ 그때 만난 그 사람 말이 없던 그 사람 자꾸만 멀어지는데/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렇다면 ‘남행열차’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대가 좋아하는 빅히트곡은 멜로디가 쉽고 단순하며 음원 길이가 짧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행열차’가 그런 곡이었다. 지금 보면 ‘역주행송’이었다.

또한 뛰어나면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낭중지추(囊中之錐)도 떠오른다. 전 국민에게 지지받는 것은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 아마도 떠나간 연인에 대한 미련을 역설적으로 흥겨운 리듬으로 날려버리는 형식이 1990년대 한국인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켰을 것이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