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산물을 제대로 판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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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면 선택해야 할 것이 많다.
그중 '농산물을 어떻게 팔아 돈을 벌 것인가'를 놓고 선택지가 갈린다.
하지만 같은 작물을 키우면서 우리보다 두달가량 빨리 출하하는 분들께 돈이 되더라도 맛이 안 들었을 때 팔지 말아 달라고 하면, 그분들은 "내 농사를 자식에게 물려줄 것도 아닌데 돈이 될 때 성장을 촉진시켜 팔아야 한다"며 "왜 그런 것 까지 신경써야 하냐"는 핀잔을 들을 때가 왕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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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면 선택해야 할 것이 많다. 그중 ‘농산물을 어떻게 팔아 돈을 벌 것인가’를 놓고 선택지가 갈린다. 즉 농산물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할 것인지, 공판장을 통해 판매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고객에게 일대일로 판매하면 맛은 물론 선별과 포장 등에도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한다. 공판장에 출하해 파는 것도 수고로운 것이야 마찬가지지만 직접 판매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개인 판매는 가격 결정을 농가가 할 수 있고 고객과 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2023년 후반과 2024년 초반을 살펴보면 예년과는 다른 흐름이 보인다. 과일농사 작황이 좋지 않아 공판장 가격이 직거래 가격만큼 뛴 것이다. 주변 농부들은 이때 세가지 양상을 보였다. 맛과 포장 상태보다는 최대한 작물을 빨리 수확해 많은 물량을 확보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공판장에 출하해 단기간에 수익을 거둔 분, 오른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파는 분, 가격을 동결해 고객 관리에 더욱 신경 쓴 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마음 아픈 행보를 보인 건 초보 농부였다. 고객 관리를 해보겠다고 만들었던 스마트스토어를 잠정 중단하고, 작물을 빨리 키워 공판장에 내놔 돈 만들기에만 골몰했다. 그 사이 개인 구매 고객들이 연락해도 과일 맛과 품질이 떨어져 팔지 못하고 오직 공판장만 이용해야 했다. 그로 인해 개인 구매 고객들은 다른 업체를 찾아가거나 구독을 취소해 그간 확보했던 수요층도 잃게 됐다.
공판장 시세가 좋아 행복해하던 이들은 명절 특수가 끝나고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자 이득이 줄면서 다시 개인 판매로 고객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공판장이 아닌 개인 판매로 올해 거의 모든 물량을 판매해 작지만 탄탄한 충성 고객층을 형성했다고 말한 뒤부터였다. 믿고 찾아주는 고객 모두가 우리 편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우리가 잠깐 쉬는 동안 대체 가능한 다른 업체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쉬지 않고 홈페이지에서 꾸준히 팔아야 고객은 잊지 않고 다시 온다. 그 꾸준함 속에 과일 맛과 품질을 유지해야만 농산물이 출하되는 다음 시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공판장만 믿던 농부들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고객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임감을 가진 농부가 되어줄 수는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농장은 판매 게시글에 ‘게으른 농부’라며 다른 집보다 작물을 키우는 덴 오래 걸리지만 맛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 덕분인지 다른 곳보다 아주 늦게 판매를 시작하지만 우리 농산물만을 기다려주는 고객들이 있다. 이분들을 믿고 고민 없이 농사를 짓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작물을 키우면서 우리보다 두달가량 빨리 출하하는 분들께 돈이 되더라도 맛이 안 들었을 때 팔지 말아 달라고 하면, 그분들은 “내 농사를 자식에게 물려줄 것도 아닌데 돈이 될 때 성장을 촉진시켜 팔아야 한다”며 “왜 그런 것 까지 신경써야 하냐”는 핀잔을 들을 때가 왕왕 있다. 고령농들은 본인이 해오던 농업방식을 변화시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청년농들은 어떻게 농사를 지어 팔아야 고객들이 오래도록 찾을지 꼭 생각해보고 방향을 정하기 바란다.
김미영 창원생과방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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