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교육 위기의 본질

관리자 2024. 3.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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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 일반 고등학교의 수업 시간에 학생 4명 중 1명이 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교육부가 2023년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교사 1211명과 고교 1∼2학년생 43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학생들의 관심과 재능은 다양한데, 교육 방향은 대학 입시에만 치우쳐 있다.

이 유서 깊은 관념적 문치주의는 첨단 기술사회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의식 속에 살아남아 현장을 경시하고 직업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태로 존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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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관심·재능 다양한데
교육방향, 대학 입시에 치중
산업인력 미스매칭 이어져
숙련공 부족현상 매우 심각
학벌 중시 관념적 문치주의
망국 귀결된 조선 교육 닮아

얼마 전 우리나라 일반 고등학교의 수업 시간에 학생 4명 중 1명이 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교육부가 2023년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교사 1211명과 고교 1∼2학년생 43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52%로 높게 나타났다. 흔히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을 억지로 공부시키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관심과 재능은 다양한데, 교육 방향은 대학 입시에만 치우쳐 있다. 다시 말해 사회와 산업의 수요와 교육이 일관된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미스매칭은 9∼10%의 높은 청년실업률로 연결된다. 하지만 막상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1970년대 40%대였던 실업계 고등학교의 비중은 점차 감소해 현재 10%대로 줄었다. 산업 인력 공급이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반면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률은 계속 늘면서 현재와 같은 산업 인력 미스매칭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이 누적돼 최근 산업현장에서 숙련공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인간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계발하고 관련된 일에 종사할 때 행복하며, 국가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 공부하기 싫은데 끌려 와서 하는 억지 공부, 학교 공부에 짓눌려 묻혀버리고 마는 다양한 손재주와 기예가 바로 교육 현장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교육 체계는 매우 편협하다. 교육이 인간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고 지식 습득에만 초점을 맞춘다. 복잡하고 다면적으로 소용돌이 치는 사회 속에 학생들의 의식도 변화하는데 교실에서 가르치는 게 ‘공자 왈 맹자 왈’은 아닌지 반문해봐야 한다.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가득해야 할 학교가 경직적으로만 변모하고 있다.

이미 최상위 교육에서는 매칭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계 추세를 반영해 직장인들의 대학원 진학이 늘고 있다. 반면 학부를 마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전일제 학생은 줄고 있다. 실무적인 교육, 산업 현장에 가까운 교육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하면서 공부할 필요성을 느껴 다시 학교 문을 두드릴 때 진정한 공부가 시작된다.

작금의 인공지능(AI) 기술 확산도 AI 자체보다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기술 변화가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떻게 응용돼 가치를 높일지 고민하는 게 더 긴요하다. 소위 맥락적 지식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맥락적 지식은 주어진 지식을 그저 습득하는 게 아닌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하며 체득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맥락적 지식을 키우려면 실전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론은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해야 하고,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AI가 모든 산업에 스며든다 해도 교육과 산업 간 구조적 미스매칭이 존재하는 한 혁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500여년 역사를 지닌 조선이 펼친 사농공상의 가치와 교육은 사회의 실질적 가치를 담보하지 못했다. 급기야 국제정세 흐름이 요구하는 부국강병과의 괴리로 인해 망국으로 귀결했다. 인재 양성 시스템이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초래한 비극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이는 학벌 중시 교육과 산업계 수요를 반영 못하는 작금의 교육시스템과 닮았다. 이 유서 깊은 관념적 문치주의는 첨단 기술사회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의식 속에 살아남아 현장을 경시하고 직업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태로 존속되고 있다.

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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