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겹살 지방 기준 없애야 하는 이유

이민우 기자 2024. 3.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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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1㎝.'

소포장 삼겹살 정선 때 지방 두께를 1㎝ 미만으로 관리할 것을 업계에 권고하며 품질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매뉴얼은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삼겹살 지방 두께 1㎝라는 기준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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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1㎝.’

두 단어가 양돈업계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돼지 경락값이 생산비 밑으로 하락해 농가들이 겪는 어려움도, 고병원성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등 질병 확산으로 수급 불안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경고음도 삼겹살 지방 두께 1㎝ 논란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단은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이다. 2023년 삼겹살데이(3월3일) 때 과지방 삼겹살 논란이 발생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그해 6월 축산물품질평가원과 매뉴얼을 만들어 육가공업계 등에 배포해 진화에 나섰다. 소포장 삼겹살 정선 때 지방 두께를 1㎝ 미만으로 관리할 것을 업계에 권고하며 품질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간과한 것은 매뉴얼의 영향력이다. 정부와 공신력 있는 기관인 축평원이 배포했다는 등의 이유로 매뉴얼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정부는 뒤늦게 매뉴얼은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삼겹살 지방 두께 1㎝라는 기준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뒤였다.

그 결과 이제는 삼겹살 지방 두께가 1㎝를 넘어가면 불량품으로 여기는 상황까지 왔다. 정부의 섣부른 대책이 사태를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 갔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육가공업체 대표는 “지방 1㎝라는 기준은 대형마트들이 고객 민원 등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들었다”며 “민간 대기업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기준을 정부에서 취합해 매뉴얼로 만들었다면 그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삼겹살의 지방 두께를 1㎝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크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육가공업체들은 최근 수율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하면 결국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또는 지방이 많은 돼지를 출하한 생산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방 두께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지방을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춘 요식업계 트렌드도 있는 상황에서 지방 두께를 제한하는 것은 다양성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생산자와 육가공업계·소비자와 머리를 맞대고 삼겹살 지방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지방 1㎝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고, 이를 지우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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