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운하 판례’ 때문에 꼭 필요해진 ‘이성윤 출마 금지법’
현직 검사 신분으로 조국 전 법무장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 하나회”라고 비판했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법무부 검사 징계 위원회는 이 연구위원에 대해 견책, 감봉, 정직, 면직, 해임 등 5단계로 돼 있는 징계 처분 중 가장 수위가 높은 해임을 의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서 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1월~11월 총 8차례에 걸쳐 검찰 업무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하는 등 검사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사표를 제출했으나 징계 절차를 이유로 그동안 수리되지 않았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로 발탁돼 전북 전주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쟁 후보들은 민주당이 이 연구위원 같은 고검장급 신인에게 부여하는 20% 가산점이 특혜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이 민주당 텃밭인 전주에서 공천을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확정적이다.
현직 검사에서 곧장 이번 총선에 뛰어들었던 나머지 여야 예비후보들은 모두 공천이 배제됐다. ‘한동훈 녹취록’에 없는 내용을 KBS에 전달해 오보를 내게 만든 신성식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전남 순천 지역구 민주당 공천을 노렸으나 컷 오프됐다. 국민의 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와 박용호 전 부산고검 검사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4년 전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대전 중구에서 당선된 황운하 의원은 선거 직후 경쟁 후보에게 피소당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사표 수리가 안 됐던 황 의원이 현직 경찰 신분으로 선거에 당선된 것은 무효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90일 전에 사표를 냈다면 그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접수 시점에 그만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거엔 공직자가 기소만 돼도 옷을 벗는 게 관례였고 하물며 선거에 뛰어드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권에선 검찰 및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노골적인 정치 개입으로 받게 된 징계를 훈장 삼아 여야 유력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 ‘황운하 판례’를 악용하는 이런 뻔뻔한 공직자들의 정치권 진입을 막는 입법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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