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팝업스토어 성공, 브랜드 메시지에 달렸다”

최호진 기자 입력 2024. 3.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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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 인터뷰
방문객 수 늘리려는 판촉형 팝업
브랜드 메시지 전달하기 어려워
짜임새 있는 콘텐츠로 공감 유도해야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고객과의 진정한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경품을 제공해 일시적으로 고객들의 환심을 사기보다 브랜드 인식을 심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팝업스토어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지우 DBR 인턴연구원
팝업스토어 열풍이 거세다. 팝업스토어 밀집 상권으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의 경우 월평균 1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무수한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점이다. 2014년 팝업스토어 기획 서비스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선보이고 지난해 말 기준 250여 회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알리겠다는 목표 의식 없이 현장에서 방문객 수 또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경품을 퍼주는 무의미한 ‘판촉형’ 팝업스토어가 늘었다”고 지적한다.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회성 고객을 모으는 판촉형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는 팝업스토어를 설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DBR 2024년 2월 2호(387호)에 실린 인터뷰 일부를 요약해 소개한다.

―커뮤니케이션형과 판촉형 팝업스토어의 구체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형 팝업스토어에는 브랜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제품, 전시물, 체험 부스 등이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다. 팝업스토어 내부의 모든 콘텐츠가 ‘일관된 메시지’를 공유한다. 즉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 개선, 고객의 인식이나 인지 변화를 위해 설계된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판촉형 팝업스토어에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는 내부 콘텐츠가 없다. 방문객 수와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늘리기 위해 제품만 화려하게 전시하거나 형식적인 이벤트로 갖가지 경품을 증정한다.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단기간에 많은 방문객을 모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 의사 없이 혜택만 노린 ‘체리피커’일 확률이 높다. 이런 판촉형 팝업스토어를 통해서는 어떤 메시지를 추구하는 브랜드인지 정확히 이해한 소비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경우가 많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고객들에게 이야기할지, 그 이야기를 전하는 데 무슨 걸림돌이 있는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재밌는 사례가 지난해 5월 성수동에서 열린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의 팝업스토어다. 당시 비욘드는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행보를 이어왔음에도 중년층이나 가족이 사용하는 브랜드로 20대에 인식되고 있었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가 많아진 상황에 ‘비욘드는 친환경’이란 단순한 메시지로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건 위험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 자체가 20대 소비자에겐 진부하고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메시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20대가 생각하는 친환경 화장품의 특징을 조사했다. 그 결과 30대는 주로 성분에 관심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피부 관리가 시급하지 않은 20대는 성분에 무관심했다. 이를 반영해 화장품의 기능이 아닌 친환경 패키지에 담긴 브랜드의 진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구상했다. 비욘드가 꾸준히 종이 리필팩 상품을 판매해 온 점을 고려해 ‘화장품을 아름답게 하는 데는 종이만으로 충분하다(Less Plastic, Paper is Enough)’는 메시지를 확정했다. 비욘드와 종이 리필팩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팝업스토어 진열대, 가구, 선반, 천장 장식물 등도 모두 종이로 제작했다. 어떤 브랜드든 관계없이 화장품 플라스틱 공병을 넣으면 무게에 따라 리필 제품을 증정하는 자판기도 비치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프로젝트 렌트’가 기획한 팝업스토어 중 최초로 다음 시즌 재방문 희망률 100%(설문 응답자 70여 명)를 달성했다.”

―팝업스토어를 잘 기획한다고 해도 인기 상권에 위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접근성이 낮은 곳에 있어도 재밌다고 입소문이 나면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난해 5월 제주맥주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연 ‘제주위트 시장-바’가 흥미로운 사례다. 제주 위트 에일 맥주와 함께하는 로컬 미식 여행을 콘셉트로 기획된 팝업스토어였다. 특히 매장 앞에 노점을 설치한 게 묘수였다. 광장시장의 터줏대감인 ‘박가네빈대떡’, 유명 셰프들이 개발한 길거리 음식 등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코너였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만약 제주위트 팝업스토어가 성수동에서 열렸다면 어땠을까? 광장시장보다 주목도가 낮았을 것이다. ‘맥주와 광장시장’이란 조합만큼 이색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외진 곳에 자리한 맛집이 오히려 희소한 로컬 콘텐츠로 주목받는 시대다. 이 원리는 팝업스토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얼마나 인기 상권에서 오픈할지보다는 얼마나 재밌게 기획하는지가 관건이다.”

―팝업스토어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앞으로도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이미 부동산 업계에 하나의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팝업스토어 열풍이 불기 전까지 건물주들은 1, 2주 단기 계약을 기피했다. 기대 수익 대비 단기 계약에 따른 리스크가 복잡한 데다 지속가능한 수익원으로 이어지지 않아 선호할 리 없었다. 하지만 유휴 공간이 급증하면서 해당 지역을 부흥시킬 만한 인기 콘텐츠를 원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는 추세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팝업스토어는 장기간 운영해야 하는 상설 매장에 비해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물론 기업이 여는 팝업스토어가 유행처럼 번질수록 소비자의 기대치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목표 의식 없이 방문객 수와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늘리기 위해 형식적으로 기획하는 팝업스토어들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이한규 인터비즈 기자 hanq@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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