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때 좌·우파 모은 것처럼… 국민의힘 ‘이념 스펙트럼’ 넓혔다
국민의힘이 노동계 출신 김영주 국회 부의장을 영입하는 등 야당·진보 진영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공천하고 있다. 야권 분열 상황에서 합리적 진보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이재오, 김문수 등 당시 진보 진영의 ‘스타급’ 인사를 대거 영입했던 전략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여당은 우선 야당 내에서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던 인물들을 대거 영입했다. 김영주 부의장의 경우 한국노총 출신으로 야당 몫 국회 부의장이었지만, 평소 공정한 의사 진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부의장은 현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 공천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민주당 출신 중엔 5선 이상민 의원,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 각각 대전 유성을, 경기 남양주병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는 옛 운동권들도 여럿 영입됐다. 삼민투 위원장 출신 함운경씨는 서울 마포을에 전략 공천됐다. 서울대 NL(민족 해방) 출신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광주 서을에 공천됐다.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1996년 한총련의 연세대 점거 사태로 구속돼 복역했지만, 이후 운동권 비판에 나선 이종철 전 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은 경선을 거쳐 서울 성북갑 후보가 됐다.
인천에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최원식 전 의원과 이현웅 전 국민의당 부평을 지역위원장이 각각 계양갑, 부평을에 전략 공천됐다. 최 전 의원은 사법연수원에서 ‘노동법 학회’를 하면서 운동권 경력이 없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출신 중엔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당 비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으로 있으면서 ‘조국 사태’ 이후 진보 진영을 비판한 뒤 진보 진영과 결별했다. 광주의 젊은 보수인 박은식 비대위원도 호남대안포럼 대표 출신으로 광주 동남을 공천을 받았다.
대구 중·남에선 경선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중 한 명이었던 도태우 변호사가 공천을 받았다. 그는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뒤 다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로 입학·졸업했다. 1990년대 초 소설가 이문열씨를 만나 글쓰기도 배웠다. 이문열 작가는 도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현재 국민의힘의 상황이 28년 전 15대 총선과 닮았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은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자 이듬해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총선에 이기기 위해 이재오·김문수·이우재 등 운동권 인사들과 시민단체 경실련 출신 정태윤, 슬롯머신 사건 수사로 스타 검사가 된 홍준표 등을 영입해 외연 확장을 했고, 총선에서 139석을 얻어 2위를 한 새정치국민회의(79석)를 크게 이겼다. 그러나 당시 인재 영입과 비교해보면 이번 국민의힘 영입은 임팩트가 과거 같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검사 공천’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 출신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 부산 해운대갑,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경기 용인갑에 공천됐고, 전직 검사들도 다수 공천됐다. 그러나 윤갑근(충북 청주 상당)·최용규(경북 포항 남·울릉) 전 검사는 경선에서 떨어졌고, 김상민·박용호 전 검사는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오히려 민주당이 검사장 이상에게 가산점 20%를 부여해 당내 논란이 됐다. 이성윤 전 고검장은 전북 전주을 경선, 양부남·박균택 전 고검장은 각각 광주 서을과 광산갑에서 경선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검찰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경력 법조인을 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여당의 인재 영입과 공천에 대해 일부 지지자들은 “보수 고유의 색깔이 희미해진다” “비빔밥이 아니라 잡탕밥”이라고 반발한다. 반면, “흑묘 백묘” “총선에서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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