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스페인으로 가는 산울림의 ‘K록’

임희윤 음악평론가 2024. 3.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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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이 달려가는 특급열차 속에서 우연히 보았던~’.

으르렁대는 전기기타 사운드, 질주하는 리듬, 그 위로 초고음 보컬이 얹힌다. 1979년 산울림 4집에 실린 하드록 ‘특급열차(속에서)’다. 산울림 팬이 아니라면 낯설지도 모를 이 노래가 곧 스페인에 울려 퍼지게 됐다. 스페인 음반사 ‘구에르센(Guerssen) 레코드’가 제작해 15일 발매하는 음반 ‘SANULLIM-Evening Breeze’의 첫 트랙으로 실린다. 앨범에는 이 곡을 포함해 1979년부터 1983년 사이 산울림이 발표한 23곡이 담긴다. 구에르센은 본디 세계 1960~1980년대 음악을 발굴해 온 레코드사. 이들이 산울림 노래에 주목하게 된데는 사장 안토니 고르주스(Antoni Gorgues)의 ‘팬심’이 크게 작용했다. 스스로 “비(非)한국인 가운데 넘버원 산울림 팬”을 자처한다. 이번 스페인판 산울림 음반의 23곡도 직접 골랐다.

우리 옛 록 음악을 해외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데뷔한 미국 인기 밴드 ‘크루앙빈’은 2020년 세계 명곡을 골라 소개하는 음반 ‘Late Night Tales’에 산울림의 ‘Don’t Go’를 수록했다. 대중에게 알려진 산울림 7집의 ‘가지마오’가 아니다. 산울림 11집의 숨은 명곡으로 꼽히던 ‘가지마’를 골랐다. 2018년 만났던 캐나다 록 스타 맥 드마르코는 “요즘 무슨 음악을 많이 듣냐”는 필자의 질문에 “신중횬(신중현)!”을 외쳤다. 2011년 미국 음반사가 낸 신중현 선집이 북미 음악계에 알음알음 명반으로 입소문 난 결과였다.

요즘 국내 뉴스는 온통 K팝 승전보가 뒤덮는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 옛 록도 조용히 세계로 뻗어나갔다. 젊은 로커들도 뜨겁다. 2019년 데뷔한 밴드 ‘웨이브 투 어스’는 지난해 북미 순회공연을 전석 매진시켰다.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가 약 660만 명으로 웬만한 K팝 그룹보다 높다. 최근 정부는 ‘국제 K팝고교’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음악계에 육성하고 홍보할 것은 K팝 말고도 많다. 산울림, 신중현에 열광하는 해외 음악 팬들에게 송골매, 들국화, 유재하, 그리고 신인 로커들을 소개하는 일. 그 일은 아이돌 중심 K팝을 알리는 일보다 더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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