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35] 금닭이 알을 품다
중국 무협지에 나오는 ‘화산논검대회’의 주최 측이 되는 화산파(華山派). 화산파의 도사 양성 커리큘럼이 있는데 고학년 과정에 표주(漂周)라는 과목이 있다. 돈 없이 천하를 3년간 떠돌아 다니는 과정이다. 포인트는 ‘돈 없이’에 있다. 돈 없이 다녀야 도사의 자질을 갖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연료를 받고 다니니, 팔자가 ‘시상편재(時上偏財·돈이 떨어지지 않는 사주)’라서 그렇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 연수원이 있는 어느 화장품 회사의 강연 요청을 받고 그 유명한 유구(維鳩)의 산세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유구는 충청도이면서도 마치 강원도 같다. 산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깊은 산골 같다는 느낌을 주는 지역이다. 특히 유구에서 마곡사에 이르는 산세는 꾸불꾸불해서 그윽하기도 하다. 이 지역을 가리키는 ‘유마지간(維麻之間)’은 난리 났을 때 숨어서 목숨을 보전할수 있는 피난지로 소문났었다. 1894년 동학혁명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이북 지역에서는 ‘곧 난리가 난다’는 소문이 떠돌았었고,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로 피난을 가야 산다고 믿었다. 그 무렵부터 이북 사람들이 주목한 남쪽의 피난지 두 군데가 있었다. 하나는 경북 풍기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충남 ‘유마지간’ 이었다. 풍기와 유마지간에는 풍수도참을 신봉하는 이북의 비결파(祕訣派)들이 하나둘씩 내려와 살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10·26 궁정동 현장에서 살아 남은 김계원 비서실장이 바로 풍기의 비결파 후손이었다. 해방 전후 무렵에 이남으로 많이 내려왔다.
이북 사람들은 객지에 내려와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 직물업을 많이 했다. 풍기는 지금도 인견이 유명하고, 유구에도 직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깔고 화장품 연수원이 자리 잡은 산세를 바라다보니 범상치가 않다.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 아닌가! 알 품는 자리에 연수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앞산의 모양도 말안장처럼 생겨서 귀한 봉우리이다.
“삼성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터를 구했나?” “풍수 신봉자였던 장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터이다.” “이 터에 들어와서 재미 좀 봤나?” “재미 봤다.” 이 회사 오너는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사계절이 분명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덥고 춥고, 피부가 건조하기도 하고 끈적거릴 때가 있다. 양쪽에 모두 대비하다 보니까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요구를 맞춰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백인들이 겉 피부는 두껍지만 속 피부는 아시아인보다 얇아서 피부 노화와 주름이 아시아인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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