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9] 3월

문태준 시인 2024. 3.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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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못자리 볍씨들 파랗게 눈뜨리

풀풀 흙먼지 날리고

돌멩이처럼 순식간에 날아든

꽁지 짧은 새

숲 흔들어 연초록 파문 일으키리

이마에 뿔 솟는 아이

간지러워 이마 문지르리

-이재무(1958~)

일러스트=김하경

새봄의 시간이 도래했다. 차갑고 단단하던 대지는 탄력을 회복하고 있다. 봄이 열쇠를 쥐고 자물쇠를 열어서 묶이고 감긴 것을 풀어주는 것만 같다. 논에 보드라운 흙을 붓는, 객토를 하는 농가도 있다. 봄의 기운이 더 완연해지면 물꼬로 봇물이 졸졸 흘러 논으로 들어가고, 농부는 볍씨를 성심껏 고르고, 또 파종을 할 것이다. 들판이며 언덕이며 숲은 어떠한가. 새순이 움트고 만화(萬花)가 피어나리라.

시인은 꽁지가 짤따랗고 몸집이 작은 새의 날갯짓만으로도 연둣빛 신록이 번지고 번져서 숲에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 멋지게 노래한다. 물결이 일어서 퍼져가듯이 봄에는 푸릇푸릇한 신생의 생기와 팽팽한 활력이 사방으로 움직여간다는 뜻이겠다. 시의 마지막 대목은 더욱 신선하다. 따사롭고 잘고 고운 햇살은 아이의 뽀얀 이마에도 내려 마치 뿔이 생겨날 것처럼 간질일 것이다. 물론 아이의 동심에도 새싹이 돋아날 테다.

시인이 최근에 신작 시집을 펴내면서 쓴 문장처럼 봄에는 햇빛을, 강물을, 꽃을, 바람을, 모든 사물과 생명을 친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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