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 이젠 ‘빵·디저트’로 붙는다
국내 주요 백화점 3사가 ‘빵’으로 맞붙었다. 작년 각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이번엔 국내외 유명 식당이나 제과점 등을 끌어들여 고객을 더 유인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으로도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요즘에도, 빵집만큼은 아침 일찍 풍겨오는 빵 굽는 냄새나 독특한 인테리어 등을 통해 기억에 남는 ‘미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모셔와야 할 상점(key tenant)로 각광 받고 있다.
◇백화점 3사의 ‘빵’ 전쟁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식품관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가장 먼저 ‘스위트 파크’를 공개했다. 강남점 식품관은 오는 6월 ‘하우스 오브 신세계’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푸드 홀과 와인 숍, 라이프스타일숍을 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리뉴얼을 모두 마치면 전체 2만㎡(6000평) 크기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이 된다. 이중에서도 ‘스위트 파크’는 5300㎡(1600평) 규모의 디저트 브랜드로만 구성한 전문관이다.
디저트파크에 입점한 디저트 브랜드는 총 43개다. 빵, 케이크, 초콜릿, 파이, 구움과자, 약과 전문점, 유명 도너츠 가게 ‘노티드’의 첫 젤라또 매장도 있다.
특히 화제를 모은 곳은 프랑스에서도 유명 빵집으로 꼽히는 ‘밀레앙(Mille&Un)’이다. 2019년 3월 우리나라 서용상 파티시에 겸 셰프가 문을 열었다. 프랑스에선 해마다 바게뜨와 크루아상, 그리고 정통 프랑스 디저트 플랑(Flan) 부문에서 최고를 뽑는 대회를 연다. 서 셰프는 지난 2023년 플랑 부문에서 1등상인 ‘플랑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그는 앞서 ‘르 그레니에(Le Grenier a Pain)’라는 빵집에서 일하던 2013년 8월에도 ‘프랑스 베스트 바게트 톱10′ 중 8위를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신세계 강남점 매장은 ‘밀레앙’의 글로벌 2호점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플랑은 역시 오전만 되면 제품이 모두 팔려 사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서 셰프가 들려준 플랑 대회에서 1등하던 당시 얘기가 재밌다. “작년 프랑스 플랑 대회 때예요. 제품을 출품하고 4일 후쯤에 협회에서 “20등 안에 들었으니 시상식장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갔는데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제 이름이 안 불리는 겁니다. 마지막 ‘우승자’에서 제 이름이 불렸는데, 그 순간 주변이 잠시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어요. 저만 아시아인이었거든요(웃음).”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F&B 매장을 강화하면서 특히 빵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대형 디저트 맛집을 잇따라 열었다. 작년 잠실 롯데월드몰 5층과 6층, 2개 층에 걸쳐 약 1123㎡(340평) 규모로 문을 연 ‘노티드 월드’는 월평균 12만명의 고객을 모았다. 작년 같은 건물 1층에 개장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월평균 15만명이 오는 곳이 됐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도 작년 식품관을 리뉴얼해 프리미엄 다이닝 홀 ‘가스트로 테이블’을 열었다. 특히 디저트 매출이 성장세다. 작년 식품관 디저트 매출은 전년 대비 44.4%가 증가했다.
◇명품보다 ‘성장 가능성’ 높아
백화점들이 이렇게 최근 디저트와 빵집 등 F&B 매장 확장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매출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명품에 특화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F&B 비중이 10%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백화점들의 평균 식품 매출 비중은 13%대다. 이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조성해 F&B를 키울 경우 전체적인 매출 볼륨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해외 사례도 참고했다. 가령 영국 헤로즈 백화점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식품관 리뉴얼을 단행, 커피 및 베이커리, 초콜릿 전문관 등을 꾸린 덕에 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다. 일본 이세탄 백화점 본점도 지난 2007년 식품관 리뉴얼을 통해 대규모 디저트 전문관을 구성, 손님을 끌어모으면서 매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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