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 의원<하>] '오늘만 산다'는 다짐으로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
'공학도'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1대 국회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로, 3달 남았다. 국회는 이미 총선체제에 돌입해 국회의원들은 각자의 지역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텅 빈 국회의원회관에 최근 4개의 사무실이 새로 꾸려졌다. 지난달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은 김근태·김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양경규·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실이다. '4개월 의원'인 이들이 이제 3개월 남짓 남은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총선도 얼마 안 남은 터라 언론의 관심도 온통 총선에 쏠려있다. 이들의 의정활동은 자연스럽게 관심 밖으로 밀렸다.
<더팩트>는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근태·김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녹색정의당 이자스민·양경규 의원을 만나 이들이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들었다.
김근태·김은희 의원은 공교롭게도 90년 ·91년생 청년이다. 한창 사회활동을 하며 커리어를 쌓아갈 나이. 지난 총선이 끝난 뒤 김은희 의원은 테니스 코치로 돌아갔고 김근태 의원은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작은 수공구 공장에서 일을 했다. 밤에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부업도 준비했다. 그러면서 당 상근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청년정치인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각각 권은희·허은아 전 의원의 탈당으로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았다.
김은희 의원은 '체육계 미투 1호'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2019년 '미투' 열풍이 불기 전인 2016년이 일이다. 기나긴 소송 끝에 가해자에 대한 징역 10년의 실형을 끌어냈다. 미투 이후 5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가 비례대표직 승계를 수락한 건 지난 미투운동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김은희 의원은 자신의 사건은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숨죽인 채 고통받고 있다며, 그런 그들의 편에 서겠다고 했다.
김은희 의원의 미투 이후 스포츠윤리센터가 만들어졌다. 김은희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먼저 한 일이 이 스포츠윤리센터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김은희 의원은 "너무 급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충분한 기능을 못 하는 것 같다"며 "설계부터 탄탄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가해자에 대한 징계권한은 오직 대한체육회에 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신고를 받고 자체적으로 조사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하면,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권고'하는 식"이라며 "안 해도 그만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 때문에 답답해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스포츠윤리센터가 생긴 것만으로도 인권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은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정비하면 되는 일이다. 그게 저희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본회의장에 선 김은희 의원은 선서 뒤 "잠시나마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함께 분노한 적이 있음을, 우리의 목소리가 외면받지 않은 적이 있음을,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들께서 지속적으로 소리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김은희 의원의 남은 3개월 의정활동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피해자 중심에서의 성폭력 사건 해결. 김은희 의원은 사각지대에 놓인 성폭력 피해자들을 살피고 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행이 되는 것까지 팔로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의원은 "제가 법안 발의한 게 있는데,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접근 금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들 내용을 들으면 '이게 지금까지 없었냐'는 놀란 반응을 보인다. 이게 스토킹처벌법에는 있지만 성폭력처벌법에는 없었다"며 "이런 법이 아직도 없었다는 게 피해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스토킹처벌법의 접근금지·잠정조치 기간도 너무 짧다. 이걸 대폭 늘리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고 했다.
이어 "흉기를 동반한 스토킹 범죄는 가중처벌 하는 내용도 있다. 꼭 통과됐으면 좋겠는데 시기적으로,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통과가 안 되더라도 이런 문제점이 있으니 더 꼼꼼히 피해자들을 보호해달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공학도 출신인 김근태 의원도 공학계를 대변하는 데 열심이다. 그는 정부·여당의 연구·개발(R&D) 정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근태 의원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퍼스트 무버 (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해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투자를 확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예산 정책에 있어 급격한 변화로 예측 가능성과 연구 지속성을 저해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 또한 연구원 출신이다. 법과 제도는 작은 가능성을 보며 연구를 지속하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며 "또한 대학원 선후배들과 소통하며 정부와 과학기술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향후 R&D 예산 계획 및 집행, 그리고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선이나 전문 테크니션 활성화, 연구장학금 도입 등 국가연구 구조혁신 방안을 고민해 윤석열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성공적 결과를 남기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임기 4개월의 청년정치인이지만 이들의 방향은 여느 국회의원들 못지않게 뚜렷하고 선명하다. 김근태 의원은 지난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문재인정부에서는 '사람중심의 R&D'라는 모호하고 허울 좋은 단어로 포장한 R&D 정책을 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정부에서 국가전략산업 분야 설비 투자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K-칩스법'과 미래 신산업을 지원하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김근태 의원은 "국익에는 여야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과학기술발전과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에 여야가 힘을 모아 지금의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취임 후 20일 남짓 시간이 지났는데 그동안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고 대정부질문도 준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인재육성 3법 패키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 밖에 있을 때는 '이게 왜 아직도 안 되나' 싶고 답답한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국회에 오고서 그 점을 이해하게 됐다. 김은희 의원은 "법을 하나 개정하거나 제도를 만든다 할 때 그걸 수행하는 부처부터 기관, 인력, 예산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 관점에서의 피해자 보호 방안이 절실하고 중요하고, 없는 게 이해가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 부처나 상임위원회에서 막무가내로 당장 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실행이 되기까지 하나하나의 과정에 모두 설득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해내는 게 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근태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복합적이고 수준 높게 진행되고 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근태 의원은 '조국 집회'부터 신전대협, 당 상근부대변인 활동 등 나름대로 정치권에 몸담아왔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다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그는 "원외에 있을 때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국회의원이 되면서 입법, 토론회, 대정부질문 등 다양한 의정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낸 법안들은 이제 3개월 남은 21대 국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김은희 의원은 "많은 분들이 좋은 법안이라고 호응해 주신다"며 "총선이 지나고 나면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런 부분을 어필해볼까 생각 중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 저도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근태 의원도 "취임할 때 '오늘만 사는 120일을 보내겠다'고 했다. 현실적인 제약을 핑계삼아 안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이후에도 21대 국회에서 미진했던 부분이나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들을 발굴해 공론화하겠다"며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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