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근무자에 민간 기부금 전하는 ‘모두의 보훈’ 프로젝트 시작”[파워인터뷰]

신진우 기자 2024. 3. 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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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 장관은 “보훈은 정쟁이나 이념 대립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일상 속에서 보훈 문화를 확산하는 ‘모두의 보훈’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근무자(MIU)를 예우하는 건 국가의 책무다. 많은 국민과 기업들이 이들에 대한 기부 의사를 밝혀왔다”며 “이런 뜻을 모으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이를 위해 기부금을 보훈기금 내에서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보훈기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이 법령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국민과 기업의 기부금을 제복근무자 지원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보훈기금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MIU 존중 문화를 위한 정책이 있는가.

“제복근무자의 헌신에 걸맞게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복무 경찰·소방관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한 법령이 최근 공포됐다. 군 복무기간을 호봉 산정 시 근무경력에 포함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 제복근무자분들이 전국 보훈병원 등에서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범부처 제복근무자 통합의료체계’도 구축하려고 한다.”

―최근 대한민국이 쿠바와 수교했다. 쿠바 내 독립유공자 후손 등에게도 보훈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쿠바는 6·25전쟁 때 27만 달러를 지원한 물자지원국이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우리와 관계가 단절돼 쿠바 내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수교를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쿠바 내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분은 43명이다. 여기서 34명의 후손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분들 후손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 예우하겠다. 해외 전문위원 운영 지역을 쿠바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쿠바 내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조사나 찾은 후손들에 대해선 영주귀국 지원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26일이 안중근 의사 순국 114주기다.

“안중근 의사 유해를 발굴하려면 유해 매장지를 특정할 명확한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일본, 중국에 자료 조사나 발굴 협조 등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내년이 광복 80주년인 만큼 보훈부는 끝까지 유해 발굴을 위해 노력하겠다. 독립운동사에서 절대적 영웅을 대한민국으로 모시는 그날까지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보훈부 산하 기관인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광주시가 북한 인민군·중공군의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문제도 논란이 컸다.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은 어디로 가는 게 가장 적절한가.

“국방부에서 보훈부에 공식적으로 흉상 이전을 요청한 적은 없다. 요청이 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다만 독립기념관으로만 한정하진 않고 여러 가지 대안을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

―보훈부는 지난해 정율성 기념시설 철거를 권고했다. 법적 강제조치 방침도 밝혔는데 추가 조치 계획이 있나.

“정율성은 독립유공자가 아니다. 우리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인물이다.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기념하고 기릴 인물이 아닌 건 명백하다. 다만 지난해 10월 보훈부 권고 이후 광주시가 해당 사업을 대폭 축소·폐지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법적 강제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

―민주화운동 공헌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어떤 사건을 민주유공사건으로 인정할 것인지 기준이나 범위가 이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 있어야 한다.”

―지난달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보훈에는 좌도 우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박민식 전 장관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보훈은 정쟁이나 이념대립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건 평소의 내 소신이다. 보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이 일고, 보훈이 정쟁의 소재로 활용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보훈 기조·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정부에서 전임 광복회장의 비리, 독립유공자 서훈 등 과정에서 이념 논쟁과 잡음이 많았다. 앞으로 이런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강 장관은 “미래 보훈의 방향을 설정하려면 보훈정책 연구개발을 총괄할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며 “국가 보훈정책을 연구하고 보훈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보훈정책개발원을 설립해 보훈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 등은 각각 외교·통일·국방 관련 핵심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보훈부 역시 지난해 부(部)로 승격된 만큼 보훈 정책에 특화된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는 게 강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관련 설립 내용이 담긴 국가보훈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설립준비위원회부터 구성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립서울현충원은 지난해 70년 만에 국방부로부터 보훈부로 이관이 확정됐다. 보훈부는 이관 준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이관을 준비 중이다.

―달라질 서울현충원의 모습은 어떤가.

“서울현충원을 세계 최대의 추모공간이자 국민들의 문화·힐링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한다. ‘서울현충원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단 올해 그 첫걸음으로 국내외 선진 사례를 반영한 기본구상안을 마련한다. 대형 디지털 전광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화제다. 이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도 영화를 봤다. 대학에서 조직행동, 리더십 등을 강의했다. 대한민국이 지도자를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적 과오가 있지만 독립유공자다. 초대 대통령으로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도 놓았다. 보훈부가 올해 ‘1월의 독립운동가’로 이 전 대통령을 선정하자 이번이 처음으로 뽑혔다는 사실에 놀랍단 반응이 주변에서 많았다. 영화가 화제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참전수당을 기존 35만 원에서 두 배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참전명예수당의 경우 지난해 3만 원, 올해 이미 4만 원 인상했다. 앞으로도 인상을 위해 재정당국과 적극 협의하겠다. 아울러 저소득 참전유공자분들을 포함해 생계가 곤란하신 분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 생활조정수당은 10% 인상했다. 앞으로 더 높이려고 한다. 올해부턴 생활조정수당과 생계지원금 수급 신청자가 65세 이상이면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했다. 1만여 명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강 장관은 숙명여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이다.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강 장관의 부친은 6·25전쟁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다. 시아버지는 독립유공자고, 시할아버지인 백인 권준 장군은 일제강점기에 의열단에서 활동했다. 강 장관 집안에서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사람은 직계로만 9명이다. 인척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5명으로 늘어난다는 게 강 장관의 설명이다.

―장관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호남 유일의 생존 독립유공자인 이석규 지사님을 찾아뵀다. 작고하신 시아버님을 뵙는 것 같아 반가웠고, 또 존경스러웠다. 보훈 가족을 보듬는 매 순간순간이 의미 있고 소중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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