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청약 239가구 모집에 19건 신청···미분양 시한폭탄에 ‘이곳’ 떨고있다는데
2년간 후분양 4000가구 예정
가격도 올라 시장 반응 싸늘
흥행 실패하면 악성 미분양
“내년 지나야 공급 과잉 해소”
최근 2~3년간 흔들리고 있는 대구 부동산 시장이 올해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을 미뤄왔던 대구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가 임박해 후분양 물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약 반고개역 푸르지오처럼 흥행에 실패한다면 바로 준공 후 미분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구 지역에서 준공을 앞두고 후분양 방식으로 시장에 나올 아파트는 7개 단지 2236가구(일반분양 기준)다. 이 가운데 첫 번째 단지가 반고개역 푸르지오였다. 내년에도 1800가구가량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2년 동안 4000여 가구가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대구는 ‘미분양 무덤’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 미분양 물량은 1만245가구로 전국 물량(6만2489가구)의 16.4%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1044가구로 전국(1만857가구)의 9.6%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동안 분양 일정을 미뤄왔던 단지들이 입주 일정에 쫓겨 시장에 쏟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단지가 높은 금리와 건축비 상승 등의 이유로 애초 예정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는데 대구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높은 가격만 고집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당장 반고개역 푸르지오부터 전용면적 84㎡ 평균 분양가격이 7억3900만원으로 인근 중구 새 아파트 시세보다 높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따. 이것이 흥행 참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앞서 대구에서 후분양 방식을 택했던 단지들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수성구 후분양 단지인 신세계 빌리브 헤리티지 아파트는 분양률이 17%에 그쳤다. 부동산 금융(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해 지난달부터 공매 절차에 들어간다.
‘울며 겨자 먹기’로 청약 대신 임대로 방향을 돌린 단지도 나왔다. ‘사월 삼정그린코아카운티’는 2021년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5월 준공 이후까지 청약 일정을 잡지 못하고 결국 10년 장기일반민간임대로 전환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나오는 대구 후분양 단지들이 건축비 상승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는데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라며 “청약 이후 할인 분양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구 지역에서는 수성구 ‘만촌자이르네’와 ‘시지라온프라이빗’, 서구 ‘두류스타힐스’,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 등 대부분의 미분양 아파트가 할인 분양을 했다. 561가구 규모의 대구 중구 ‘대봉서한이다음’은 지난해까지 2000만원을 할인해 왔지만 올해부터 5000만원 페이백 할인에 나섰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기존 수분양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면서 갈등까지 고조되는 양상이다.
당분간 대구 부동산 시장 위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도 3만4784가구가 입주하면서 부담이 됐는데 올해 또 2만 가구가 넘는 입주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입주가 몰리면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함께 하락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잠깐 반등했던 대구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각각 15주와 20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주 물량이 1만가구까지 줄어드는 2025년은 돼야 대구 부동산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해가 고비”라고 밝혔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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