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도입해 지구 위기 막고 사회 불평등 없애겠다”

박기용 기자 2024. 3. 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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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조천호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예비 후보가 “기후투표 해달라”고 말하는 이유
박승화 선임기자

조천호 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기후위기 의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기과학자다. 조 박사의 아버지는 1980년대 고등학교 지구과학 교과서를 쓰기도 한 고 조희구 연세대 명예교수(한국기상학회 명예회장)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상학과에 진학한 조 박사는 30년간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일했다. 2018년 은퇴한 뒤 <한겨레>를 비롯한 대중매체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사실을 알리는 칼럼을 꾸준히 쓰고 강연해왔다. 그런 조 박사가 녹색정의당의 1호 영입인사가 됐다(2024년 2월5일 발표). 2월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조 박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한 ‘기후과학 전도사’는 “탄소세를 도입해 지구의 위기를 막고 사회 불평등도 없애겠다. 꼭 기후투표를 해달라”고 말했다.

‘녹색당과 정의당 합치면 들어가겠다’ 했더니…

―어쩌다 녹색정의당에 입당하게 됐나?“기후위기 문제는 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더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에) 은퇴 뒤 진보적인 정당에 가입해 당원으로서 지역에서 자그마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까진 아니었다. 녹색당, 정의당 두 정당에서 들어오란 얘기가 전부터 있었는데 ‘두 당이 합치면 들어가겠다’고 했다가 이번에 진짜 둘이 합치길래 들어갔다.”(웃음)

―더불어민주당이나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정치도, 행정도 의제 싸움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중요해도 의제가 뒤로 밀리면 예산과 조직이 투입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에도 기후를 의제로 들어간 의원들이 있다. ‘이분들 뭐 하고 있지’ 하며 아침마다 검색해본다. 나름 분투하는 거 같은데 그 당에서도, 언론에서도 의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찾아봐야 겨우 ‘놀고 있는 건 아니구나’ 알게 된다. 적어도 녹색정의당은 기후 의제가 묻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잘사는 사람들의 과잉 욕망으로 지구의 물질적 유한성을 넘어선 것이 기후위기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물질적 한계를 고려한 새 세상을 꿈꾸고 상상해내야 한다. 불평등을 없애고 정의로움을 구축해야 한다. 그게 바로 ‘녹색정의’라고 생각한다.”

―기상학과를 나오고 30년을 기상과학원에서 일했다. 기후위기 문제를 언제 접했나?“내가 대학에 다닐 때(1980년 입학)만 해도 기상학과는 단지 날씨를 예측하기 위한 물리학을 배우는 곳이었다. ‘기후학’이 있었지만 선택과목이었고 ‘기후변화’ 자체를 거의 들어본 일이 없었다. 기상과학원에서도 날씨 예측을 주로 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니 아이피시시(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1988년 설립돼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가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내일모레 날씨 예측도 어려운데 한가하고 뜬금없는 소리란 생각을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2년간 파견 다녀온 뒤 기후 관련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고,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기온은 하루에도 10도 이상 변하는데, 고작 (지구 평균기온이) 2도를 넘으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얘기하는 거에 나 자신부터 납득해야 했다.”

기후 의제가 묻히지 않는 정당

―박사님 글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이가 많다.“글 쓰는 일은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일이기도 했고, 내 직업에 대해 왜 이 일을 하는지, 자신에게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 굉장히 컸다. 어디 가서 기상과학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특이하다’거나 ‘왜 만날 (날씨 예보가) 틀리냐’는 얘기를 듣기 일쑤다. 그래서 자료를 찾고 정리하기 시작했고 칼럼으로 쓰게 된 거다. 내가 쓴 책에 있는 글은 어떤 면에선 ‘봐봐, 네 일이 이렇게 멋있고 가치 있는 일이야’라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글에 가깝다.”

2월5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입당 환영 기자회견에서 인재영입 1호인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준우, 오른쪽은 김찬휘 공동대표. 연합뉴스

―한국 사회는 최근에야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내가 책을 낸 2019년만 해도 기후위기보다는 미세먼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지금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때만 해도 기자들이 날 붙들고 기후변화가 아닌 미세먼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미세먼지는 동네깡패 정도의 위험이지만, 기후변화는 서울 한복판에 핵폭탄이 터지는 거다. 깡패는 경찰로 컨트롤할 수 있지만 핵폭탄이 터지는 건 아예 제어를 못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말해왔다. 그제야 사람들 반응이 달라졌던 것 같다.”

―결국 출마까지 하게 됐는데, 선거에선 어떻게 기후위기를 의제화할 생각인가?“‘기후위기 대응이 곧 정의로운 세상 만들기’라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대표적인 게 탄소세와 탄소배당이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같은 나라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기후위기는 (주로 부유한) 개인이 편익을 누리려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우리 대다수가 겪게 된 문제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위기를 겪게 한, 책임 있는 이가 배상해야 한다. 탄소세를 걷어 생기는 공적자금은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쓰고 기본소득이나 탄소배당의 재원으로 쓸 수 있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 등 가난한 이에게 더 많이 배당해 지구의 위기도 막고 불평등을 없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녹색정의당의 존재 이유다.”

기후위기 대응이 곧 정의로운 세상 만들기

―준비 중인 ‘1호 법안’ 같은 게 있을까?“탄소세 도입과 함께, 그렇게 모인 돈을 우리 사회의 불평등 완화, 정의를 위해 써야 한다고 본다. (2024년 6월 관련법이 처음 시행되는) 분산에너지 관련해서도 재생에너지는 그 지역 자연을 통해 얻는 에너지라는 게 강조돼야 한다. 거기서 나는 이익은 모두 그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 공공적 재생에너지 개발에 잘 신경 쓰지 않는데, 지방정부가 이런 걸 잘할 체계를 만들고 그 재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우리 사회는 ‘탈원전 논란’으로 위기 대응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한다는 지적이 있다.“유럽 국가 중 재생에너지를 제일 열심히 하는 나라가 독일인데, 위도가 우리보다 15도 더 위다. 태양광은 저위도일수록 유리하다. 지금 한국엔 울산과 전라남도 앞바다에 외국계 자본이 들어와 해상풍력 단지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려는 게 아니라 충분히 이익이 난다는 계산이 있는 거다. 한데 재생에너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사막이랑 비교해놓고 한국의 태양광이 형편없다고 한다. 또 북극의 바람 센 데랑 비교해놓고 풍력도 형편없다고 한다.

독일은 203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가는 게 목표인데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한다.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시원찮다’ 같은 한가한 얘기나 할 때가 아니다. 우리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건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다. 2035년 이후 독일 아이들은 공짜 에너지를 가지고 삶을 설계할 텐데, 우리는 계속 석탄 쓰고 핵 쓰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고 환경은 파괴될 거다. 이런 걸 끌어안고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나. 성찰해야 할 때다.”

박승화 선임기자

―국회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합의하는 게 쉽지 않다.“두 가지를 봐야 한다. 탄소중립도 해야 하고 미래 먹거리도 확보해야 한다. 반대하는 이들에게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하자’고 말하고 싶다. 세계적으로 알이100(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이 이미 대세다. 이제 물건 만들 때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게 아니면 취급 안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점으로 설정한) 2030년까지 몇 년 남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준비도, 대비도 안 할 수 있나. 우린 우리 영토 안에서 식량, 자원, 에너지를 공급받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 주류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목소리 높여 정치적 압박을 가하라

―독자와 유권자에게 한 말씀 하자면?“2018년 스웨덴의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의사당 앞에 앉아 ‘기후위기에 대응하라’며 시위한 건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미래를 쥐고 앉아만 있으니 책임지라는 메시지였다. ‘미래의 위험 앞에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게 바로 우리 시대의 과제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리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10가지’를 보면 ‘1번 목소리를 높여라’ ‘2번 정치적 압박을 가하라’는 식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진보만의 어젠다 같은 게 아니다. 제도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인류 전체 생존의 문제다. 꼭 ‘기후투표’를 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박기용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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