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엔 美에 가지도 못했는데…급기야 투손의 남자 등극, 공룡들 34세 외야수 AVG 0.462 ‘한풀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MVP로 선정되니 얼떨떨하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권희동(34)은 1년 전 이맘때 겨우 NC와 FA 1년 1억2500만원 계약을 맺고 한 숨을 돌리고 있었다. 1군 선수들의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프링캠프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어서 갔다가 바로 짐 싸서 와야 할 판이었다.
타이밍이 안 좋긴 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관련 페널티도 있었고, 하필 FA를 앞두고 1~2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결국 권희동으로선 FA 대박을 날린 채 절치부심 했다. 개인훈련을 해왔지만,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1군에 올라온 시기도 조금 늦었다. 강인권 감독으로선 투손에서 땀 흘린 외야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투손에 다녀온 외야수들이 잔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며 생산력을 내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권희동에게 기회가 왔다. 5월9일 KT전서 시즌 첫 출전한 뒤 시즌 끝까지 버텼다. 아니, 언젠가부터 주전 좌익수를 꿰찼다. 5월 한달간 타율 0.314에 7타점으로 분전했다.
권희동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타격 폼으로 유명하다. 테이크 백이 거의 없는 듯한 폼으로 수년간 버텨왔다. 경기 전 타격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계속 자세를 취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돋보였다.
그 결과 2023시즌 96경기서 타율 0.285 7홈런 63타점 33득점 OPS 0.793 득점권타율 0.327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결국 올 시즌 연봉 1억5000만원으로 1억원대를 회복했다. 작년의 경우 옵션을 빼면 순수 연봉은 9000만원에 불과했다.
올 시즌 준비도 순조롭다. 3일 구단에 따르면 권희동은 애리조나에서 치른 5차례 연습경기서 13타수 6안타 타율 0.462로 맹활약했다. 스프링캠프 구단 자체 MVP에 선정됐다. 연습경기와 정규시즌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도, 1년 전엔 투손에 오지도 못했던 걸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권희동은 구단을 통해 “MVP로 선정되니 얼떨떨하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이 더 캠프 기간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앞으로도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했다.
NC 외야 경쟁은 올 시즌 좀 더 치열해진다. 1루수 외국인타자 맷 데이비슨이 오면서, 국내 선수들만으로 외야를 채운다. 그런데 작년 붙박이 지명타자 손아섭이 수비를 하는 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있고, 박한결, 송승환 등도 연습경기서 만만치 않았다. 작년에 제대로 못 보여준 천재환도 있다.
현 시점에서 NC 외야는 박건우만 주전 확정이다. 권희동도 시범경기서 페이스가 크게 처지지 않는 한 개막전 주전 입성이 유력해 보인다. 30대 중반의 외야수에게 2023-2024 오프시즌은 인생역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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