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울려서 양보했는데, 간식 사먹네”···사설구급차 ‘일탈’ 논란
명의 빌린 택시영업도 난무
정부, 위치정보 수집 나설듯
한 사설구급차 업체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에 업계 실태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사설구급차 업체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응급환자를 태우지도 않은채 거리를 활보하고 난폭 운전을 하거나 ‘콜택시’처럼 불법 운영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와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사설구급차를 운행하는 업체는 전국 145곳, 이들 업체가 보유한 구급차는 총 1206대에 달한다. 사설구급차는 관할 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119 구급차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동네 병원 입원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 119를 이용할 수 없다. 병원이 운영하는 구급차가 있을 경우에도 환자 위급정도 등을 판단해 운행 여부를 결정한다.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을 경우 환자들이 사설구급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병원 간 이송 23만9000여건 가운데 민간 구급차 이송은 21만 3000여건(89%)에 달할 정도로 환자들의 의존도가 높다.
사설구급차는 119구급차와 같이 ‘긴급자동차’의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모든 차량 운전자는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양보해야 하고 구급차는 과속이나 추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자들의 발이 되어야 할 사설구급차들이 이같은 법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을 일삼으면서 도로 위의 무법자라는 오명까지 붙고 있다. 지난달 한 사설구급차 운전자는 아침 출근길에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양보를 강요하며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지난해 6월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속도로에서 구급차 운전자가 사이렌을 울려 길을 양보 받은 이후 휴게소에 차량을 주차해 간식을 사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사설구급차를 마치 콜택시처럼 불법운행하는 일도 빈번하다. 가수 김태우 씨는 웃돈을 내고 사설구급차로 행사장까지 이동했다가 지난 10월 벌금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구급차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면 최대 1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사설구급차 업체 대표 김찬우 씨(가명)는 “주행 중인 구급차에 응급환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오남용 유혹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중 한명이 탑승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명의만 빌린 구급차가 난무하는 문제 역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지입 구급차로 불리는데 개인이 구급차를 구입해 지자체 허가를 받은 이송업체 소속으로 등록한 뒤 개인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업체는 월 30~100만원 수수료를 받고, 기사는 일한만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회사의 통제를 받지 않아 ‘콜택시 영업’ 등 불법 유혹에 취약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24년 넘게 사설응급차를 운영 중인 A대표는“전체 업체 중 80% 이상이 지입 응급차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라며 “관행처럼 유지되고 운전자가 일탈을 해도 회사가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입 응급차가 사설 구급차의 불법 행위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경찰 협조를 얻어 지입 응급차 문제 해결을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구급차 일탈이 문제되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었다. 우선 10년째 동결상태인 요금규정 탓에 불법운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송처치료를 인상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민간 이송업체 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인상폭과 인상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연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송처치료는 1995년 응급의료법 제정 이후 19년만인 2014년 한 차례 인상(인상률 50%)이후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동시에 보건복지부는 사설구급차의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책임 운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9일만에 20만개…요즘 편의점 디저트 1위라는 빵의 정체 - 매일경제
- ‘올해 집값’ 부동산 전문가 768명에게 물어봤더니…10명 중 8명은 “더 떨어질 것” - 매일경제
- “한동훈 주장에 공감”…민주 탈당한 김영주, 1500명 이끌고 내일 국힘 입당 - 매일경제
- “한 문장 쓰는데 30분, 산소통 없인 살지 못한다”…그래도 당당히 대학 입학, 희망 보여준 19세
- “월급 외 434만원 더 받았나요? 딱 중간”…직장人 ‘보너스’ 내역보니 - 매일경제
- 독일군이 미군을 공격했다, 도대체 무슨 일…홍해서 작전중 400억짜리 미군 드론에 미사일 발사 -
- 이강인 이름만 걸면 ‘대박’…2주일간 유튜브 영상 361개가 가짜뉴스, 7억 수익 추정 - 매일경제
- “이 남자, 대체 누구길래” 얼굴 보려고 1km 대기줄…“잊지마요, 내 손녀 이름” - 매일경제
- [속보] 이상민 행안장관 “오늘까지 복귀하는 전공의 최대한 선처” - 매일경제
- ‘코리안 데이’ 손흥민 13호 골 터진 날, 황인범·배준호도 폭발했다! 이재성 1호 어시스트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