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주당의 길, 이재명의 길

기자 2024. 3. 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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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사면초가다. 자고 일어나니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졌다. 정권심판론은 사라지고 운동권 정치 심판론에는 할 말을 잃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버리고 대표를 위한 정치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어느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민주당이 2년 전 눈 뜨고 코 베이는 대선을 치렀는데 같은 양상이 총선에서 되풀이될 조짐이다. 75년 역사의 민주당은 긴 세월 독재에 항거하면서 분열을 반복했지만 반독재 전선 앞에서는 하나로 뭉쳐 단결했고 그 힘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는데, 그 전선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6월항쟁 직후 야당의 분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6월항쟁에 성공했지만 야당의 분열로 대선에서 패배하고 통일민주당은 군사정권과 손을 잡았다. 그때 3당합당에 반대한 노무현 등 통일민주당 인사들이 만든 작은 민주당과 김대중의 신민주연합당이 통합하여 민주당의 토대를 마련했다.

민주화를 향한 격동의 시대를 주도한 정치지도자가 김영삼과 김대중이었고 이들 모두 대통령을 지냈지만 민주 정부의 영예는 김대중에게 돌아갔다. 6월항쟁 이후의 민주화 과정을 변함없이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노무현이 포스트 양김시대를 끌어갈 계승자가 되었다. 왜 노무현일까?

노무현은 시대의 과제였던 지역주의 타파에 주목했다. 노무현은 버리고 비울 줄 아는 정치인이었고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이었다. 노무현은 신념의 정치인이었지만 고집을 부리거나 탐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보 노무현이었고 그 바보를 국민들이 지켜주었다. 노무현은 멋있게 지는 게 이기는 길임을 아는 정치인이었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이미 분열과 걱정의 수준을 넘었다.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반독재 전선에서 단결했던 민주당이 반윤석열 전선에서 분열했다는 사실, 민주당 안팎에서 상당한 이탈이 발생한다는 사실, 지지율에서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 주인다운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반독재 전선에서 단결하던 기풍과 혁신을 위한 고민이 사라진 민주당은 183석 초유의 거대 정당에서 무기력한 무적함대로 변해버렸다. 정치의 바른길을 일깨워주던 재야와 시민사회의 죽비 소리도 멈추었다. 임진왜란과 한일병탄의 전야가 이와 다를까?

민주당은 통합의 대의를 버렸고 정책은 실종되었다. 통합하지 못하는 정당은 파당이고 정책 없이는 미래도 없다. 남은 것은 벌거벗고 앙상한 권력뿐인데 민주주의와는 절대 상극이다. 가장 나쁜 단결이 가장 좋은 분열보다 낫다는 철칙이 민주당 안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왕권신수설에서 왕은 태어나지만 민주주의에서 지도자는 만들어진다. 왕은 족보의 힘으로 선언하면 되지만 지도자는 신뢰와 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선거에서 패하고 국민의 신뢰까지 잃게 되면 민주당은 일개 야당으로 추락하거나 소멸될 운명이고, 나 홀로 대장은 오갈 데 없는 골목대장으로 전락할 것인데, 이것이 목표는 아니지 않은가.

반전이 가능할까? 매사 늦은 때는 없는 법이다. 노무현처럼 비우고 정통 민주당처럼 단결하면 된다. 민주당은 그 길을 안다. 이것이 이재명의 길이다.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추운 날의 양지가 되고 더운 날의 그늘이 되는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다음은 국민의 몫이다.

정대화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정대화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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