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40% “같은 일 해도 남성보다 적은 임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유
점심때 구내식당 이용 막아”
“결혼 앞두고 퇴사 요구받아”
복리후생 차별 응답률은 29%
35%가 “승진·배치서 차별”
10년차 여성 직장인 A씨의 연봉은 더디게 오른다. 회사는 ‘남자 신입보다 월급이 많으면 안 된다’는 이유를 들며 A씨의 연봉을 매번 부분적으로만 인상해줬다. 그는 “회사가 성차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며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여성 직장인 10명 중 4명은 같은 일을 해도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모집·채용, 교육·배치·승진 등에서도 30%가량은 차별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2~13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차별은 다양한 영역에 존재했다. 전체 성별 응답자를 대상으로 ‘고용상 성차별’ 경험 여부를 물으니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성별에 따라 임금 차등 지급’이 29.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모집과 채용 시 성차별’이 27.4%, ‘교육·배치·승진 성차별’ 26.5%, ‘임금 외 복리후생 등에서 성차별’ 23.0%, ‘혼인·임신·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 22.5%,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성차별’이 21.2%로 뒤를 이었다.
여성 직장인만을 대상으로 ‘고용상 성차별’ 경험을 질문한 결과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성별에 따라 임금 차등 지급’을 겪었다는 응답이 40.6%로 더 많았다. ‘교육·배치·승진 성차별’은 35.5%, ‘모집과 채용 시 성차별’은 34.6%였다. 이어 ‘임금 외 복리후생 등에서 성차별’은 29.0%, ‘혼인·임신·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은 27.1%,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성차별’은 25.8%로 모두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직장갑질119에도 다양한 성차별 상담 사례들이 접수됐다. 한 병원은 법에 따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한 3년차 직원에게 ‘지나친 혜택을 받고 있다’며 구내식당 점심을 먹지 못하게 했다. 한 직장인은 결혼을 앞두고 본부장으로부터 퇴사 요구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46개국 중 105위를 기록했다. 직장갑질119는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고, 여성들의 차별 경험을 개인 간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입사부터 퇴사에 이르는 경력 기간 동안 여성이 촘촘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여성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총선 이후 구성될 국회에서 제도적 변화를 끌어내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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