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와 소리 높인 의사들 “의사 부족 아냐…정책 잘못” 정부 탓
정부에 “유신 긴급조치 연상”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의사 수 아닌 정책 문제” 주장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에 반발한 의사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또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업무개시명령과 일부 의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강경대응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으로 시작한 이번 투쟁은 미래 의료 환경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한 일인 동시에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한 의사의 고뇌가 담긴 몸부림이자 외침”이라며 “정부가 이런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란 사실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은 정부의 강경대응을 비판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전공의들을 향해 이렇게 폭압적인 언사를 내뱉을 수 있는 거냐. 실로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중노동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정부의 노예인가”라고 말했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업무개시명령은 유신시대의 긴급조치를 연상하게 한다”며 “정부는 공익을 앞세우며 의사에 대한 기본권 제한의 수위를 계속 높여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 측은 결의문을 낭독하면서 ‘의료비 폭증을 불러올 수 있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라’ ‘의대교육의 질 저하와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4만명이 참석했다. 경찰 추산 집회 인원은 1만2000명으로 의협 추산과 차이가 있다. 참석자들은 무대가 위치한 여의도환승센터부터 마포대교 초입까지 약 1㎞에 걸쳐 긴 행렬을 이뤘다. 집회 현장엔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의 깃발 아래 각 지역에서 온 의사들이 모였다. 집회 현장 근처 여의도환승센터엔 지방에서 올라온 참석자들을 위한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섰다.
참석자들은 무대에서 구호 선창을 할 때마다 크게 소리를 지르고 손팻말을 흔드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경기 고양시의 가정의학과 개원의 고모씨(62)는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환자가 부족한데 정부가 의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의사들이 뭘 했다고 압수수색을 하느냐”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온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의 김모씨(53)는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은 분명히 의사 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며 “지금 있는 수준의 방법으론 의사를 지역에도 유치할 수 없다. 공공병원을 짓든 의사를 정부에서 고용한다든지 이런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서영·배시은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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