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막바지 고비 속 미국, 가자지구 구호 식량 첫 공중 투하
"타결 장담은 일러… 결과 지켜봐야" 전망도
협상 진통에 고육책… 미국 군용기 식량 투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막바지 고비에 이르렀다. 6주 휴전과 이스라엘인 인질을 맞바꾸는 협상안을 이스라엘이 수용하면서 공은 이제 하마스에 가 있다고 미국 고위 관리가 2일(현지시간) 확인했다.
미국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군용기를 통해 가자지구에 식량 꾸러미를 투하하면서 휴전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가자시티의 구호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 110여 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거나 압사당한 참변이 협상의 발목을 잡을까 봐서다. 그사이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3만 명을 넘어서면서 악화일로에 있다.
미 "협상 타결 임박"에도 막판 진통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2일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병자와 부상자, 노약자, 여성 등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을 수용한다면 오늘부터라도 당장 가자지구에서는 6주간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사실상 하마스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라고 확인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오는 10일 시작하는) 라마단(이슬람 단식성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틀은 마련돼 있고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여기에 서명했으며, 이제 공은 하마스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1단계인 약 40일간 이스라엘 인질 수십 명과 팔레스타인 포로 수백 명을 교환하는 협상 타결을 시도 중이다. 이스라엘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하마스를 상대로 휴전 회담을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할 예정이라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전했다.
막후 외교전도 한창이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가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4일 전격 방미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임시 휴전과 인질 석방, 가자지구 내 원조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간츠 대표의 이번 방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사전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간츠 대표는 지난 2일에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고 방미 일정을 처음 알려 격분을 샀다며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보도했다.
협상 타결을 장담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알자지라는 "휴전이 임박했다는 미국 측 주장에도 불구하고 6주 동안의 전투 중단 가능성 이외 세부 사항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협상에 정통한 한 팔레스타인 당국자는 "전쟁 종식과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철수와 관련한 간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카이로 회담에 대표단 파견 거부를 시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생존 인질의 전체 명단을 받기 전까지는 추가 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가자 어린이 최소 10명 아사
협상이 지체되면서 가자지구 주민이 겪는 참상은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이후 누적 사망자 수가 3만320명(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인 가운데 굶어 죽은 어린이만 최소 10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10번째 어린이가 굶어 죽은 것으로 병원에 공식 등록됐다"며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서린 러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총재는 "치명적인 영양실조에 직면한 가자지구 어린이들에게 매 순간이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 휴전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2일 자국 공군 C-130 수송기 3대를 통해 가자지구 상공에서 3만8,000명분 식량을 떨어뜨렸다. 그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이 해온 구호품 항공 투하에 미국이 처음 동참했다. 이스라엘의 통제로 구호품 육로 수송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지원 방식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인 데다, 일각에서는 수송 비용 대비 인도적 위기 해소 효과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최소 115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800명에 육박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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