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힐링” 새벽 4시부터 푸바오 작별 대기줄
3일 오전 8시 경기 용인 에버랜드 정문 매표소 앞. 개장을 2시간 앞두고 입장객 2000여 명이 줄을 섰다. 이들은 판다 귀가 달린 털모자를 쓰거나, 판다 캐릭터 가방 등을 메고 있었다. 앞쪽에 있던 이정수(34)씨는 서울 구로구의 집에서 새벽 3시에 나와 4시쯤부터 줄을 섰다고 했다. 이씨는 “푸바오의 마지막 방사장 나들이를 앞두고 이번 주에 6일 연속으로 판다월드에 왔고, 오늘은 4번 정도 보는 게 목표”라며 “최대한 웃으며 보내주고 싶지만, 마지막으로 푸바오를 보게 되는 순간은 나도 모르게 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이날 일반에 마지막으로 공개됐다. 푸바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렸다. 판다 팬들은 관람 줄을 일찍 서기 위해 인근 호텔·찜질방에서 숙박하거나, ‘차박(차에서 숙박)’을 했다. 서울 강남역에서 에버랜드로 향하는 5002번 버스는 최근 새벽 첫차부터 만차였다고 한다. 이날 하루 8000여 명이 푸바오를 보기 위해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았다. 최장 대기 시간은 400분이었다.
성남시 중원구에 사는 김미희(35)씨는 푸바오 모자를 쓰고 판다 캐릭터 담요를 두른 채 에버랜드를 찾았다. 인근 호텔에서 숙박한 뒤 새벽 6시30분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김씨는 “어제도 푸바오를 봤는데,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나다가 호텔 방에 돌아온 뒤 울었다”며 “나중에 중국에 가서 푸바오가 잘살고 있는지도 보고 싶다”고 했다. 용인의 한 호텔 측은 “이번 주 숙박 예약이 3배 가까이 폭증했고, 지난 1일은 아예 만실이었다”고 했다.
에버랜드 측은 이날 푸바오에게 하트 모양 워토우(영양빵)와 대나무를 특식으로 줬다. 대나무로 만든 판다 가족 모양 장난감도 내놨다. 푸바오는 대나무 인형을 껴안고 몸을 비비다가 사육사들이 평상에 깔아 놓은 대나무 줄기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푸바오 할아버지’로 불리는 사육사 강철원(55)씨는 “아침에 나오기 전에 푸바오한테 ‘팬들에게 그동안 너무 사랑해 주셔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 많이 드리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내외 매체 27곳이 푸바오 취재를 위해 몰렸다.
일부 관람객들은 푸바오를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나직이 “안녕, 푸바오 마지막이야”라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강희정(38)씨는 “작년에 반려동물이 병에 걸려 힘들게 세상을 떠났는데, 그 힘듦을 극복하는 데 푸바오 가족들의 모습이 위로가 됐다”며 “푸바오의 사진이 이제 우리 강아지 것보다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판다 배지를 단 판다 캐릭터 가방을 메고 온 박지유(39)씨는 “푸바오를 두고 ‘반환된다’지만 푸바오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용인 푸씨’ 판다”라며 “슬기롭고 똑똑한 푸바오가 중국 유학 가서도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푸바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지난 2020년 7월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연 번식한 판다다. 2021년 1월 4일 관람객들에게 첫 공개 됐고, 1155일 동안 550만명이 푸바오를 봤다. 푸바오가 중국에 반환되는 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때문이다. 이 협약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다른 판다와 짝짓기를 하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에 돌아가야 한다.
푸바오는 4일부터 한 달간 중국 반환 준비에 돌입한다. 야생동물에 대한 국제 규정에 따라 이동하기 전에 판다월드 내실에서 비공개 상태로 건강관리, 검역관리를 받는다. 중국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에는 사육사 강철원씨가 동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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