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산서 발행도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위기가 오히려 기회"
아모레퍼시픽 전략기획부서 근무하다 中 유학… 핀테크붐 목격
SVB發 여파 딛고 창업… 출시 7개월만에 가입기업 400곳 눈길
'스타트업 윈터(겨울)'로 불리는 창업 혹한기에도 도전장을 내민 90년대생 젊은 창업주가 있다. 간편 전자세금계산서 발행·관리 서비스 업체 볼타코퍼레이션 이문혁(34·사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이른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했다. 건국대학교 기술경영학과를 나와 아모레퍼시픽에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략기획부서에서 8개월 간 근무하면서 대기업의 생리를 젊은 시선으로 관찰했다. 마케터의 꿈을 품고 퇴사한 후 중국 하얼빈 유학에 나섰으며,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눈여겨봤다. 유학시절 당시 중국은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 텐센트 '위챗' 등 핀테크가 판도를 바꾸던 때였다.
이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공직 유관기관인 한국표준협회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았다. HR(인적관리) 컨설팅 분야로 입사했는데, 이내 한국에도 창업 붐이 일었다. 표준협회는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를 동시에 하는 엑설러레이터 부문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심사역으로 발탁됐다. 심사역으로 일한 6년동안 알짜 경험이 쌓였다. 종이를 전산화하고 서버를 구축하는 공기업들의 디지털 전환과 조직 효율화 과정을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공공기관의 IT 시스템이 낙후돼 있다고 판단했다. 창업을 통해 시장의 변화를 꿈꾸기 시작한 계기였다. 이 대표는 표준협회를 떠나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라썸에 입사했다. 클라썸이 시리즈 A투자를 받아 한창 성장할 때 주요 업무를 맡게 됐다. LG인화원, 한화인재개발원, SK하이닉스 등의 인재개발(HRD)를 위한 시스템 구축, 인공지능(AI) 도입 서비스 업무 등에 참여했다.
값진 경험을 토대로 이 대표는 작년 4월 볼타코퍼레이션을 창업했다. 유망 벤처기업에 공격적으로 대출이나 지분투자를 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 창업시장도 타격을 입은 때였다. 이 대표는 이런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그는 "국내 시장에 스타트업 경쟁사들이 늘었는데 똑같은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환경이 어려울수록 기업자체가 튼튼해지고,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쉽게 하고, 관리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였다. 서비스 이름은 '볼타'다. IT 변화를 표방한 회사답게 챗GPT에게 물어 이름을 정했다. 볼트라는 단어를 활용해 빠른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표방했다.
볼타서비스는 일년새 빠르게 성장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규모는 2020년 3243조원, 2021년 3746조원, 2022년 4311조원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 2010년 부가가치세법 개정을 계기로 종이로 발행되는 세금계산서가 전자세금계산서로 바뀌고, 기업들의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은 의무 사항이 됐다. 특히 작년 7월부터는 연매출 1억원 이상 사업자라면 무조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했다. 이를 어긴 기업은 1~2% 가산세를 물게 됐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담당 경리직원을 뽑았으나 최근 기업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영업사원이 전자세금계서 발행을 담당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사업자라면 사업 개시와 함께 반드시 사용하게 되는 전자세금계산서가 사회 인프라가 됐다고 보고 창업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볼타를 쓰면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홈텍스에서 제공하지 않는 세금계약서 예약발행이나 동시접속 기능도 제공한다"며 "예약발행의 경우, 세금계산서는 거래가 일어난 다음달 10일까지 발행해야 하는데 예약이 안돼 잊어버리는 경우나 휴가로 담당직원이 업무를 보지 못하는 경우 등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볼타의 성장 가능성은 여러 투자사들로부터 입증받았다. 네이버 계열 투자사인 스프링캠프에서는 이 대표의 아이디어를 듣고 시드(Seed·씨앗) 투자를 결정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계 VC인 스트롱벤처스에서 프리A 시리즈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스트롱벤처스가 한국 기업들이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점을 시장 조사를 통해 인지했으며, 볼타 팀이 이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먼저 연락을 줬다"고 설명했다.
출시 7개월 만에 가입고객 기업은 400곳에 달한다.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채널코퍼레이션, 회계법인 가현,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 이오스튜디오 등이 볼타의 모바일 서비스를 쓰고 있다. 올해는 모바일 웹 서비스도 선보였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하면 모바일 웹에서 공동인증서 없이 아이디만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볼타는 앞으로 미수금 관리 자동화를 비롯해 세금계산서 관리용 멀티 워크스페이스 환경 구축, 맥(Mac) OS 환경 이용 최적화 완성, 데이터 대시보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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