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엔 TSMC, 북쪽엔 日연합… 부활하는 일본 반도체 [글로벌 리포트]

김경민 2024. 3. 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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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구마모토현에 1공장 준공
12형 웨이퍼 한달 5만5천장 가량 양산
연내 2공장 건설… 3공장 추진설도 솔솔
홋카이도엔 日 대기업 합작 '라피더스'
8개사 뭉쳐 첨단 반도체 국산화 이끌어
캐나다와 2나노 공정 AI용 반도체 협력
日 정부 "반도체 매출 15조엔 목표"
투자 지원금 10조엔 투입 의지 밝혀
지난해 9월 1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제2차 재개조 내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화면에는 '국제정세, AI 등의 기술, 사회, 경제구조 등 변화를 힘으로 만드는 내각'이라는 글자가 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남쪽 규슈부터 북쪽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전 열도에서 세금을 깎아주고 보조금을 지원, 민관이 합심해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를 재건하고 있다.

■日정부 나서니 2년만에 양산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 2월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제1공장을 준공,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

2022년 4월에 착공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생산을 시작한 것인데 통상 4~5년 걸릴 공사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일본은 TSMC 공장 유치를 일본 반도체 부활의 신호탄으로 여겨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약 1조엔이 투입된 이 공장에 일본은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최대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이 공장에선 한달에 5만5000장 가량의 12형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다. 12~28나노 반도체 칩으로 가전제품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류더인 TSMC 회장과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일본 반도체 산업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일본의 지원으로 제1공장 건설은 매우 순조로웠다"며 "총리의 반도체 투자 전략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세를 몰아 TSMC는 연내 구마모토에 제2공장 건설을 건설, 2027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월 생산능력은 제1공장과 합해 10만장 이상이 된다. TSMC의 첫번째 해외 '기가 팹'(월 10만장 이상)이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TSMC가 일본에 제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TSMC가 바꾼 '반도체 섬'

TSMC는 일본에서 'JASM'라는 별도의 법인도 만들었다. JASM은 TSMC가 86.5%의 지분을 갖고 일본 기업인 소니와 덴소, 도요타가 나머지 지분을 갖는 구조다.

TSMC뿐 아니다.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공급망과 산업망에서의 특정국 배제) 심화 속에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도 속속 일본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TSMC의 공장 확충을 지원하면서 일본의 반도체 재건 노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최소 9개의 대만 반도체 회사가 일본에서 사무소를 설치하거나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60년대부터 반도체 공장이 밀집해 있던 규슈는 한 때 '반도체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쇠퇴했었다"면서 "하지만 TSMC의 시장 진출 결정으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순혈' 라피더스도 첫 계약

남쪽 규슈에서 TSMC가 일본 반도체를 이끌고 있다면, 북쪽 홋카이도에선 일본 대기업 컨소시엄인 '라피더스'가 밀고 있는 형국이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최근 라피더스는 캐나다의 텐스토렌트와 2나노 공정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2나노 공정 기반의 AI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 2028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하기로 했다.

공동 개발한 반도체는 홋카이도 지토세시에서 현재 건설 중인 라피더스의 공장에서 수탁 제조된다. 라피더스가 향후 생산할 첨단 반도체의 수요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후내각은 2030년까지 일본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5조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라피더스(9760억엔), TSMC 1공장(4760억엔), TSMC 2공장(6320억엔), 마이크론(2400억엔), 키옥시아 및 웨스턴디지털(2430억엔) 등 총 2조5670억엔을 지원한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 반도체 투자 지원금을 10조엔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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