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B] '지리산 펜션 살인 사건' 감형의 비밀?…'공탁금'에 있었다

오승렬 기자 2024. 3. 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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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B 시간입니다. 사람을 죽인 죄로 재판을 받다가, 선고 직전 돈을 맡겨서 형량을 줄이고 곧바로 돈을 회수해 갈 수 있다면, 이 재판 결과를 피해자측은 납득할 수 있을까요?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실제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3년 전 지리산에서 일어난 이 끔찍한 사건을 오승렬 PD가 쫓아가봤습니다.

[기자]

경남 산청군 지리산 자락의 한 펜션.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첫째 아들 : 이거 짓는 데 한 3년 걸리셨어요. 이거 보면 저기 적혀 있거든요. 2005년, 2006년 5월. 아버지가 이 펜션 개업할 때…]

이거 하나하나 이제 아버지가 다 까시고 잔디 심고 다 하셔가지고 나무도 다 혼자서 심으셨거든요 뒤에 조경한다고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첫째 아들 : 이거 하나하나 아버지가 다 까시고 잔디 심고 다 하셔가지고 나무도 다 혼자서 심으셨거든요. 뒤에 조경한다고.]

유독 산을 좋아했던 고 민제호 씨가 공무원을 정년퇴임한 뒤 직접 만든 펜션.

15년 간 꾸려오던 펜션은 지금은 유령의 집처럼 변했습니다.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첫째 아들 : 안에 보시면 곰팡이가 다 피어가지고 아버지가 피땀 흘려 해놓은 걸…쓸 수도 없고 해가지고, 여름철 되면 물가 옆이라고, 여기가 최고 먼저 예약을 하는 장소가 돼가지고 대학생들하고 단체로 이 방 서로 차지하려고…]

이 펜션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악몽 같던 그 날은 3년 전 갑작스레 찾아왔습니다.

당시 펜션 CCTV에 찍힌 장면입니다.

점퍼를 입은 30대 투숙객이 펜션에 들어섭니다.

건물을 향해 절을 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 뒤엔 투숙한 방에 먼지가 있다며 민 씨를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먼저 가 있으면 치워주겠다고 해도 계속 쫓아오더니, 급기야 다른 방까지 따라 들어갑니다.

나오라는 손짓에도 나오지 않는 남성, 답답한 민 씨가 다시 방으로 들어갑니다.

2, 3분이 지났을까 남성의 손이 나와 조용히 문을 닫습니다.

10여 분이 지나고 혼자 빠져나온 남성, 그대로 사라집니다.

방안에선 민 씨가 이 남성에게 수십 차례 폭행당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루 뒤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펜션 주인이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갑작스레 쏟아진 무차별 폭행에 70살 노인이었던 민 씨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강모 씨/사건 가해자 : 펜션 주인이 악으로 보였고… 마지막에 제일 세게 발로 얼굴을 찼습니다. 얼굴 쪽에 피 흘리고 있고 나머지 얼굴 말고는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얼굴이 악으로 보였기 때문에…]

남성은 스스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모 씨/사건 가해자 : 저는 피해자한테 너무 죄송하고 전혀 원한 관계도 없습니다.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족들은 지금도 민 씨가 당한 갑작스런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셋째 아들 :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도 제가 이제 아버지 반찬을 싸들고 (찾아가서) '여행도 다니시고 엄마랑 좀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게 좀 편안한 노후생활을 즐기십시오' 그러니까, 돈이 없으면 너희 엄마가 천덕꾸러기가 된다 그거지, 자식들한테.]

[이모 씨/고 민제호 씨 아내 : 투숙객들한테 많이 베풀고 그렇게 해놓으니까 지금도 묵고 가고 싶어서 전화가 자주 옵니다, 벌써 몇 년이 됐는데. 운영을 못하고 있다고 하니까 왜 무슨 사고가 났느냐…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참 안타깝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강 씨의 범행이 잔혹하고 심신미약도 인정할 수 없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셋째 아들 : 78 먹은 영감님을 그렇게 두개골 함몰되고 갈비뼈까지 다 내려앉아서 그렇게 이빨까지 다 내려앉아서 자근자근 밟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너무 잔인하게…그렇게 진술하고 감형받으려고 막 그래갖고 정신감정을 요청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진술하고 감형받으려고 막 그래 갖고 정신감정을 요청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2심 선고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문을 읽던 재판부가 가해자 측이 거액을 공탁한 점 등을 감안해 4년을 감형한다고 한 겁니다.

유족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알고보니 선고 일주일 전 가해자 측이 1억5천만원을 공탁했던 겁니다.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셋째 아들 : 감형을 16년 빵빵빵 때려가지고 고함을 지르고 제가 난리가 났었거든요. 이런 법, 이런 게 어디 있냐고 우리한테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끝내고 되는 거냐고 고함, 고함을 지르니까. 뭐 자기들은 지하 통로로 해갖고 검찰 저쪽 건물로 넘어가 버리고…]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감형을 받은 가해자 측이 선고 일주일도 안 돼 공탁금을 도로 가져간 겁니다.

유가족은 1년이 훨씬 더 지난 지난해 6월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셋째 아들 : 다시 그러면 그 돈을 찾아갔으면 4년을 다시 엎든지 괘씸죄로 8년을 더 받든지 그런 게 있어야 되는데 이거는 사기를 치고 그냥 그대로 흘러가 버리면 돈은 그대로 자기들이 호주머니에 넣고, 죗값은 4년이나 깎아갖고…]

원래 형사 사건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피고인은 공탁금을 찾아갈 수 없습니다.

돈을 맡길 때부터 공탁금을 가져갈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JTBC 취재결과, 가해자 측은 형사공탁과 다르게 언제든 돈을 다시 빼갈 수 있는 '민사용' 공탁 절차를 밟았습니다.

[법원 관계자 : 이거는 형사 공탁이 아니고요. {아, 형사 공탁이 아니고요?} 일반 (민사용) 변제공탁입니다. 회수제한 신청서를 작성했는지 알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런 거는. {없습니까?} 예, 일반 변제공탁입니다.]

당시 가해자 측 변호사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면서도 '형사용 공탁은 피해자 측 개인정보가 필요한데, 피해자 측이 공탁에 동의하지 않아 민사용으로 맡긴 것' 이라며 당시엔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주장했습니다.

'의뢰인에게 공탁금을 회수하자고 한 것도 내가 맞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대법원에 확인해보니 판사는 가해자가 공탁을 했다는 이유로 형을 줄여줄 때 반드시 공탁금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는 점에 동의했는지 확인을 해야했습니다.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셋째 아들 : 돈이 문제가 아니고 아버지 목숨값을 대신해서 4년을 지금 감형을 받았지 않습니까? 자기들이 그렇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1억5천, 큰 금원이라고 판사가 몇 번을 얘기했거든요.]

당시 재판부는 형량을 줄여준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민모 씨/고 민제호 씨 셋째 아들 : 재판장님도 묵인을 안 한 이상 그렇게 감형을 시켜주고 판결까지 내리는…요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니까 진짜 나라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어야 되나…]

[고 민제호 씨 며느리/ : 참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고 유전무죄라는 말이 있더니, 가진 게 없고 우리가 법조계 친인척 연줄이 없는 게 이게 진짜 뭔가 무지한 사람들이 죄다, 이거는.]

당시 검찰도 상고를 포기하면서 남성은 그대로 16년형이 확정됐습니다.

유가족들은 가해자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VJ 한재혁 / 영상디자인 송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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